시월아흐레

by 양영석


실로 모처럼의 휴일에 책과 노트 각 한 권, 필통, 노트북을 챙겨 나섰다.

‘시월아흐레’

멀리 보이는 목적지. 카페의 문에 종이 한 장이 붙여진 게 먼저 보였다.

첫 방문인데 설마… ‘금일 휴무’ ‘개인사정으로 쉽니다’ 같은 문구이면 어쩌나, 걱정하며 걸음걸음 가까워갔다.

다행히 카페는 영업 중이었다. 게다가 내가 첫 손님인듯했다. 문제의 종이에 인쇄된 내용은 ‘동물 친구들 환영합니다’

단골 친구들이 꽤나 많은지 특유의 강아지 냄새가 공간 전체에 고루 퍼져있었다. 꼬순내를 이유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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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좋다는 소개에 걸맞은 공간이다. 화려한 장식 대신 책이 가득 꽂힌 장과 적당히 은은한 조명, 말수 적어 보이는 점원이 있는 곳.

비치된 책은 자유롭게 읽으시되 제 자리에 꼭 반납해 달라는 안내문이 크레파스로 쓰여 있었다.


1년 전 마무리 하지 못한 소설을 이어가기 위해 노트를 펴고 펜을 굴렸다. 하지만 그간의 공백이 단숨에 메워질 리는 없다. 그리 쉬울 수 없는 일이니까. 조각 케이크 하나를 다 먹을 때까지 당최 한 자도 쓰지 못했다. 1년 전의 내가 어지러이 엮어 둔 글을 다시 이해하는 데만도 며칠이 걸릴 것 같다. 글마저 못쓰게 된다면 내 쓸모가 어디 있을까, 뭐라도 쓰기 전엔 돌아가지 않겠다. 결심하고는 이 공간을 그리듯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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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흘러나오는 노래가 좋다고, 노래가 이미 끝난 뒤에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슨 노래인지 알고 싶었었으나 ‘정말 사랑해요. 사랑해요’ 하는 가사만 반복되던 탓에 제목도 가수도 알아내기 곤란하다. 점원에게 물으면 간단할 일이지만 그의 평화를 깨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들을 날이 있겠지, 생각하며 멜로디만을 귓바퀴에 새겨두었다.


강아지를 동반한 손님이 언제쯤 오려나, 혹 아까의 마음에 들었던 노래가 다시 흘러나오진 않으려나… 창밖을 멍하니 응시하다 어제 읽은 책의 한 구절을 종이에 옮겨본다. 글씨가 삐뚤빼뚤 엉망진창이다. 심란한 마음을 웃는 얼굴로 숨기는 건 쉽지만 글씨에 드러나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개발새발 엉망인 단계는 벗어났다. 마음에 쏙 드는 글씨는 아니지만 어쨌든. 오래 기다린 그 무언가가 오늘 여기에 나타나지 않을까, 기다리며 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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