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기다리며

by 양영석

비가 올 거라는 예보는 마음을 들뜨게 한다. 그게 주말이라면 더더욱 기쁘다.

먼 곳으로부터 날려온 먼지 황사가 습기에 엉겨 차분히 가라앉는 덕분이기도 하지만, 진짜 기쁨은 코가 아닌 귀가 느낀다. 바닥부터 저 높은 하늘까지를 가득 채울 비의 소리. 그 기대감. 비는 오후에야 온다지만 아침부터 창을 열었다.


예보는 빗나가지 않았다. 오후부터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큰 창으로 들어온 ‘쏴-’ 하는 빗소리가 반대편 작은 창으로 빠져나가며 여운을 남겼다. 빗길을 가르는 자동차 소리와 함께.


평소라면 텅 빈 방을 채우기 위해 두서없는 혼잣말을 늘어놓겠지만, 오늘 같은 날엔 필요 없다. 처음 듣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컴퓨터 스피커도 오늘은 필요 없다.


창가에 놓인 의자에 반쯤 누운 듯 기대 있자면 빗방울이 머리 뒤를 직접 때리는 듯하다. 그 착각이, 그 착란이 좋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비를 맞이하는 여유가 좋다. 빗방울이 건물의 벽과 창문에 부딪혀 깨지는 소리에는 알 수 없는 마력이 있다. 최면에 빠지듯 엉뚱한 상상 속을 온종일 헤엄친다. 한참이 지나서야 깨어난다. 어느새 바깥은 어둡고.


하루를 도둑맞아 아쉽지만 그럼에도 평온하게 잠들 수 있는 것은 비 온 뒤 들려올 새소리를 기대하는 덕분이다. 숲이라곤 보이지 않는 도심에도, 비 온 뒤면 어디서 왔는지 모를 새들이 지저귄다. 내연기관의 작동음이나 폭발하는 배기음보다 큰 소리로. 지난밤 비가 맺음 하지 못한 노래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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