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을 앞둔 저녁엔 집 근처 극장으로 나들이를 나선다. 그때그때 내키는 메뉴로 저녁을 해결하고 카페에 들러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딱히 커피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창가 자리를 잠시 빌리기 위한 지출이라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한 시간, 때론 두 시간. 읽고 쓸 거리를 이리 뒤적 저리 뒤적이고 때로는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러다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면 고무된 감정을 갈무리해 펜을 움직인다. 심야영화 시간이 가까워 오면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아쉬움을 접고 자리를 정리한다.
그 시각의 영화관은 대체로 한산하다. 캄캄한 속 푹신한 의자에 몸을 묻고 또다시 한 시간, 때론 두 시간... 영화가 끝나면 그야말로 밤이 깊었다. 지하철은 이미 운행을 다 했고 텅 빈 도로에는 이따금 차량의 배기음과 번쩍이는 전조등 불빛이 지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것들은 조용하고 은은해서 한밤의 적막을 해치지 않는다.
영화의 여운이 흩날려 사라지지 않도록, 평소보다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긴긴밤을 오롯이 혼자 향유할 수 있는 덕분에 나는 심야영화를 좋아하게 됐다. 밤 속의 나는 무슨 생각이 그리도 많은지. 집 근처에 도착해서도 공원길을 계속해서 걷는다.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는데, 괜히 멋쩍어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바보같이. 넘치도록 가져야 행복할 수 있다고 착각하던 때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