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by 양영석

나의 세계에 단 하나 확실한 사실은 1989년 2월 21일에 양영석이라는 사내아이가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 외에 어느 하나 예측 분간할 수 없는 이곳에서 나는 운 좋게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학창 시절, 책 읽고 독후감 쓰는 것을 취미 삼은 나는 친구들에게 괴짜 소리를 자주 들었지만 문학과목 성적이 좋아서 국어선생님들에게만큼은 예쁨을 많이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는 지금은 휴가기간에 도서관에 눌러앉는데, 가장 가까운 사람도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 나이 스물일곱이던 여름에도 도서관으로 휴가를 떠났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뽑아 들었는데, 이미 여러 차례 읽었던 책이라 내리막길을 내달리듯 빠르게 책장을 넘겼다. 그러다 책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에 눈이 갔다. 그의 나이 스물아홉에 쓴 소설을 육십 년 후에 내가 읽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그리고 담배를 문 채 웃고 있는 그의 사진을 보자 가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질투가 솟았다. 그 책을 다시는 읽기 싫었다. 읽으면 패배하게 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건방지고 터무니없지만은 않은 젊은 패기로, 실로 갑작스럽게, 나는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읽어야 할 책이 많았고, 쓰지 못한 옛이야기는 더 많았다. 시간이 흘러 내 나이 스물아홉. 카뮈가 이방인을 발표한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카뮈의 미소에 항복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의 미소가 좋아졌다. 그리고 내 인생 목표로 삼은 그 길이 그제야 비로소 시작되었음을 깨달았다. 한동안 읽지 않던 [이방인]을 펼쳐 들었다.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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