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린 울어야 한다

(2024)

by 양영석

혼자 보내는 휴일, 이따금 눈물이 흐른다. 아무 전조도 없이 또르륵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뭔가에 깜짝 놀라 눈가를 훔치면 눈물이 손끝에 스민다.

눈물의 이유를 난 처음엔 모르다가 잠시 후에 깨닫는다. 이유는 매번 각각이다. 대개 며칠 전 봤던 영화, 들었던 음악, 읽었던 문장이 원인이다. 오늘은 노래 때문이었다.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


쓰던 소설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썼다 지우기를 한 달. 등단 이후 단행본을 출간하기까지 2년이면 충분할 거라 자신했는데, 계획이란 게 으레 그렇듯 생각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지친 심금과 노랫말이 공명하여 가슴속 눈물 버튼이 눌렸다.


일단 눈물의 이유를 깨닫고 나면. 난 울음의 감정이 행여 달아날까 조심스레 쓰다듬는다. 그 순간의 느낌이 휘발되기 전에 한 차례 더 울 준비를 한다. 재차 우는 데 성공하면 감정은 요동치는 곡선을 그리고, 얼마 뒤엔 서서히 사그라든다. 다 울고 난 뒤에, 난 눈물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갈무리해 가슴 깊은 곳에 새긴다. 때론 일기장에 쓰기도 한다.


이렇게 흘린 눈물. 그러니까 스스로 자처한 눈물은 무해하다. 몸에도 정신에도 약이 된다. 울어야 명확해지는 것들이 있다. 미처 깨닫지 못한 문제의 응어리와 엉킨 실타래까지도 느슨해진다.

한 차례 울고 난 뒤 깨닫는다. 내겐 이미 완성된 두 편의 소설이 있음을. 지금처럼만 천천히, 쉬지 않고 나아가면 모든 게 잘 될 거란 안도감이 밀려온다. 그래서 다시 자리에 앉을 힘을 얻는다.


문득 궁금하다. 다른 이들도 나처럼 우는 날이 잦을까. 오늘 나는 나름의 이유로 잘 울었지만, 당신도 가끔은 울까.

우린 울어야 한다. 흘려보내지 않고서는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지므로. 잘 울어야 한다. 그러니 가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겁거나 아래 눈두덩이 묵직한 걸 느낀다면 숨을 곳을 찾아 실컷 울자. 그렇게 가끔, 우리는 울어야 한다. 잘 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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