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장

by 양영석


연하장.

연말연시 새해맞이를 축하하기 위해 쓰는 간단한 글 혹은 그림

신년의 희망과 소원을 담아 건네는 편지




연말이면 지난 1년간 조용했던 휴대폰이 온종일 몸을 부르르 떤다. 오가며 알게 된 지인들이 보내오는 새해 인사가 쏟아지고, 나 역시 그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는 답장을 보낸다. 허물없이 지내는 몇몇 친구들에게는 그마저도 귀찮아 '새복많'하고 줄여버린다.


새해가 밝는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제야의 종소리를 실시간으로 들은 지도 아주 오래됐다. 올해도 역시 예년과 같은, 그냥저냥인 연말연시를 보내겠구나, 생각했다. 생각했는데 문득 올 한 해의 다사다난을 떠올려보니 이 겨울을 심심하게 보내긴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내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시간순으로 나열하자면, 우선 4월에는 내 인생 처음으로 공무원 시험을 봤다. 투철한 사명감 내지는 봉사심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뭐라도 해보자는, 다소 불손한 태도로 임했던 것이다. 여하튼 다섯 문제 차이로 최종합격선에 미치지 못해 1년의 노력이 빛을 바랬지만 공부 하나에 몰두해 본 경험이 남았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7월에는 5년 만난 사람과 헤어졌다. 사귀는 동안 한 번의 다툼도 없었지만 각자의 사정과 그리는 미래가 달랐던 탓에 동행에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9월에는 작가로의 활동을 위해 출판사를 찾았다. 비록 구두로 한 약속이지만 2026년 2월 21일, 내 생일에 즈음하여 작품집을 내기로 했다. 지금까지 정리한 원고는 100페이지 분량인데,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목표 분량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12월.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해졌고 타인과의 관계는 중요치 않은 거라 여겨왔는데, 유독 많은 사건이 있었던 2025년을 돌아보니 떠오르는 얼굴들이 많다. 얼굴들과 함께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 그리고 애매한 감정이 번갈아 내 가슴 안쪽을 툭툭 건드리고 지나간다. 툭툭 툭툭 하는 그것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려고 떠올린 것이 연하장이다.


가족에게 그리고 직장 동료들과 친구들에게 전하고픈 말들이 있다. 편집샵에서 연하장 세트를 사 왔고 손글씨를 쓰고 있지만, 막상 다 쓰고 보니 부끄러워 실제로 전달할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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