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다시, 우리는 빈손으로 시작하고' 출간 예정
33살이 되던 2022년엔 운이 좋았다. 글공부 2년 만에 단편소설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하지만 대다수의 신예작가들이 그렇듯 나 역시 다음 작품을 좀처럼 쓰지 못했다. 누구보다 글 쓰는 행위를 사랑한다고 자부하지만 ‘당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핑계를 댈 수밖에 없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야 했고 이직을 준비하며 미래를 계획하다 보니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이직은 성공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그간 쌓아온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했다고 말하는 게 맞다. 우울증을 앓았고 오래 사귄 연인과도 이별했다. 그야말로 '위기'라고 할 순간이었을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리고 말도 안 되게 그 순간 위기는 끝나버렸다. 모든 걸 내려놓은 순간 오히려 길이 보였달까.
학창 시절, 부모님은 내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으셨다. 대신 마음껏 뛰어놀고 건강히 자라라, 하시며 매주 서점에 날 데려가셨다. 책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은 덕분일까,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나는 항상 ‘소설가’ 내지는 ‘작가’라고 답했다.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장차 글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놓지 않았었는데, 어떤 연유로 나는 그 꿈을 잊고 살았던 걸까.
이직 이야기를 이어하자면, 난 지역 언론사에 신입사원으로 지원해 경력을 다시 쌓았고 출판디자인 회사의 편집자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2025년 9월, 오래 놓았던 펜을 다시 잡았다. 12월엔 그동안 쓴 글을 모아 출판사에 투고했다. 짧은 기간에 쓴 원고인만큼 분량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2026년을 맞아 책을 엮는 이유는 ‘올해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는 예감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몇 가지 사건을 겪으며 나도 모르는 사이 새로 태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메신저 상태메시지는 미리 바꿔두었다.
‘양영석 2.0’
신인상을 수상할 적에 ‘소설 한 편 쓰는 데 1년이 걸렸으니, 다작하는 사람은 못되겠습니다만’ 하고 소감을 밝힌 바 있는데, 할 수만 있다면 이를 정정하고 싶다. ‘가능한 많이, 그리고 오래 쓰다가 죽겠습니다’라고.
누구 하나 궁금해하지 않을, 평범한 30대 청년의 일기와 다름없는 글들을 엮었다. 퇴고를 거듭할수록 공부가 부족함을 느끼지만 시련을 딛고 나름의 용기를 내어 엮은 책인 만큼, 독자님들께서 부디 어여삐 여겨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