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다. 잊지 않는다.

2026.1.2.

by 양영석

"팀장님이 돌아가셨대요."

새해 첫 출근날 총무부에서 날아든 비보에 한동안 머리가 멍해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팀장님이 돌아가시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나는 그 말이, 그 문장이 뜻하는 바를 이해했다. 그날은 징검다리 연휴로, 우리 팀에 출근한 사람은 나뿐이라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혼자 숨죽여 눈물을 흘려야 했다. 회사의 대표와 이웃 팀 직원 몇이 내 자리로 와 위로의 말을 전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마음을 진정시킨 뒤 연차 중인 팀원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수화기 너머의 반응은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출판디자인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에디터이자 전략기획팀장. 사진 찍는 취미가 있어 휴일이면 경치 좋은 곳으로 출사를 나가곤 했던. 올해로 쉰다섯이 된 그는 업계에서 잔뼈가 굵어 어떤 일이 주어져도 마다하지 않고 해내던 사람이었다. 성격이 둥글어서 부하직원의, 특히 내가 부리는 짜증을 웃으며 받아주던 사람임을 상기하니 또 한 번 가슴이 아린다.


슬픈 소식보다 더 슬픈 것은 우리가 처한 상황이었다. 10여 년 전,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나는 몇 달이고 오롯이 슬퍼할 수 있었는데, 팀장님의 죽음에는 그러지 못했다. 어쨌든 그의 업무 공백을 채워야 하는 현실을 직면해야 했으니까. 당신이 맡아하던 일을 팀원들이 나눠 처리하고 수습하느라 제대로 슬퍼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의 빈자리는 파티션 한 칸이지만, 나는 그곳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싱크홀이 뚫려 있는 것처럼 느낀다. 겨우, 간신히, 가까스로 그의 빈자리를 임시봉합하고 돌아보니 벌써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제야 남은 슬픔이 밀려왔다. 메신저에는 여전히 그가 웃는 낯으로 우릴 보고 있었다.


창졸간에 누군가의 뒤를 이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내 바로 윗줄 선임이 가장 크게 느끼겠지만, 나 역시 그에 못지않은 부담을 안았다. 2025년 12월의 마지막 주. 그러니까 팀장님이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에 당신이 하던 일 일부를 내게 맡긴 때문이다. 신입 에디터들이 쓴 원고를 검토하고 윤문 하는 것이나 앞으로 새로 만들 잡지의 기획을 미리 구상해 보라던가 하는 일들이었다. 그때도 특유의 허허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부탁해요'하는 표현을 빌리신 것이 떠올라 더없이 미안하고 슬픈 마음이 든다.


그 공백을 매울 수 있을까. 그를 이을 수 있을까. 이런 걱정과 우려로 2026년을 보낼 것 같다. 그리고 당신의 지시를 잘 수행하려고 한다. 충분히 긴 인연은 아니었지만 그를 영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부디, 그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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