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다다닥” 병원침대 위에 오르자 커튼을 치고 물리치료사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환부 위에 의료기를 갖다 댄다. 다리와 발등사이에서 자기장 치료기가 얹히자 발목 위에서 전류를 흘려보낸다. 발목 깊숙이 전자파를 쏴서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치료 방법이다. 같은 공간에서 커튼을 드리우고 치료받기 때문에 옆 침대 환자가 치료가 끝나면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른 치료기 앞으로 이동한다. 가끔 환자가 “아이 시원해”를 연발한다. 밤새 통증에 시달리다가 치료받는 순간 통증의 고통에서 벗어난다. 근골격계 환자들이 많은 통증 크리닉 환자들은 나이 드신 노인층이 많다. 인정하기 싫지만 어느새 노인의 반열에 섰다고 생각하니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현상이다. 언제부터인지 걸을 때마다 발목을 날카로운 것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왔다. 치료를 해도 그때뿐 발목에 자리를 잡고 쉽게 나갈 것 같지 않고 주인 행세를 하며 괴롭힌다. 발은 무지외반증까지 생겨 발목치료를 더디게 한다. 설상가상 엄지발가락은 둘째 발가락을 밀어내고 남의 자리까지 넘보는 얌체 짓을 하고 있다. 내가 봐도 정말 못생긴 발이다. 못생긴 대로 얌전히 있기나 하면 다행이지 때때로 반란을 일으켜 주인을 당황케 한다. 이제는 어느 한 곳이 아니라 덩다라 아픈 곳을 양산하는 몸은 한 곳을 치료하면 다른 곳에서 아프다는 신호를 보낸다. 어지간하면 무시하려 해도 결국병원을 찾게 된다. 흔히 어떤 일을 같이 하는데 서로 협조해야 될 사안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거나 방해를 하면 발목 잡는다고 한다. 나이에 건강이 발목 잡힌 꼴이다. 내게도 책임이 있다. 나이 탓을 하기 전에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근골격계 질환은 생활습관과 관계가 있다. 불량한 자세가 허리디스크를 유발하고 다리통증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의사 설명이다. 몸을 관리하지 못한 결과다. 결국은 본인책임이지만 엉뚱한 나이타령만 하고 있다.
40대 때 허리디스크 치료를 받은 적 있었다.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새끼발가락이 잡아당긴 듯한 통증이 왔다.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한참 주물러야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 치료약을 복용하면서 물리치료를 함께 받았다. 진료시간에 평소습관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비스듬히 앉은 모습을 본 주치의는 아플 수밖에 없는 습관을 가졌다며 자세를 바르게 하는 습관부터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질병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빨리 낫지 않는다고 중도에 치료를 포기한 사람도 있다.
요즘은 시청자들 관심이 건강에 있다 보니 TV에서나 유튜브 등 미디어 공간에서 건강프로를 자주 한다. 음식 섭취부터 운동방법까지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모 TV프로에서는 ‘내 몸 사용설명서’라는 프로로 건강관리법을 방송한다. 전문의사와 식품영양학자가 출연해서 식습관과 자세교정체조 등을 보여준다. 수명은 늘었지만 건강의 질은 떨어졌기 때문에 질병과 동반하는 고생 하면서 장수한다는 건 재앙이다.
열심히 사는 방법만 알았지 몸 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로 노후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바쁘다고 하루시간이 더 길고 일없는 실업자라고 하루시간이 더 짧은 건 아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시간이 유용할 수도 있고 의미 없이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다. 살아갈 앞날을 위해서라도 봄날 같은 젊음이 사라졌을지라도 미련을 두지 않겠다. 빨리 치료되지 않는다고 실망하는 스스로 발목을 잡는 일에 빠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