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노숙자

by 샤론의 꽃

삭막하던 들판이 연두색으로 변했다. 나뭇가지에 단 잎사귀는 하루가 다르게 넓이를 키워간다. 코로나바이러스 속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자연의 질서는 허물어지지 않고 때를 따라 제 역할을 한다. 추위가 물러가자 공원에는 노인들이 둥글게 모여 바둑을 두고 있다. 옆에 서서 훈수를 두는 할아버지는 더 신이 난다. 한쪽 벤치에는 할머니들이 모여서 도란거리며 이야기 한다. 경로당도 폐쇄하고 오갈 곳 없는 노인들이 모이기에 공원은 알맞은 장소다. 따뜻하게 내리는 햇볕을 좇아 자리를 옮겨가며 노는 모습이 탑골공원으로 모여든 노인들의 세상 같다.

햇살 가득한 벤치에 혼자 앉아있는 여인은 무릎위에 지저분한 담요를 덮고 있다. 옆에 있는 케리어카는 그녀가 가진 유일한 재산 같다.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머리카락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를 것 같다. 지저분한 손으로 봉지에서 무언가 끄집어내서 입에 넣는다. 인스턴트 볶음밥 같다. 아직 젊은 층에 속한 여인이 노숙자신세라니,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고 추운 밤을 어디서 어떻게 지내며 가족은 있는지, 정신은 온전한지 한숨이 나왔다.

1960년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보릿고개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전쟁 후 기아에 허덕이는 시대였다.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컸다. 춘궁기가 되면 들에서 나물을 뜯어다가 밀가루 넣고 죽을 끓여 먹는 때가 있었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일자리도 많지 않은 시절이라 보리밥이라도 배불리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다. 거지들도 많아서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식량을 구걸하기도 했다. 상이군인들은 술집 등에 다니며 가끔 술 마시고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손목을 잃은 사람은 쇠갈고리를 차고 다녔는데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서 불구가 된 자신의 한풀이라도 하려는 듯 화가 나면 쇠갈고리를 마루에 찍으며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거지 중에 제일 무서운 측에 속했다. 집에 식량이 거의 없어도 상이군인이 오면 조금이라도 줘서 보내야 뒤탈이 없었다. 보퉁이 네 귀를 묶어서 어깨에 메고 다니며 멀쩡하게 걷다가도 구걸하려는 집 앞에서부터 성한 다리를 절뚝거리며 불구자 행세를 한다. 한번은 할머니가 네 명이 한꺼번에 절룩거리며 집에 들어온 그들을 보며 “저기 모자 쓴 양반은 멀쩡하게 걸어오다가 우리 사립 밖에서부터 절룩거리고 온 거 본께 안 아픈 사람인 거 같은디 품팔이라도 해서 먹고살아야제 그라믄 못 써라.”

그중 한 사람이 의족을 손으로 텅텅 치며

“이래도 안 아픈 사람으로 보이요?”

할머니에게 항변을 했다. 식량을 얻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제는 거지라는 명사는 거의 쓰지 않는다. 구걸을 하려해도 집에 사람이 없을뿐더러 쉽게 문을 열어주는 사람도 없다. 지하철역사로 모여든 노숙자들은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신문지등으로 덮고 자면서 추위를 견뎌낸다. 사회단체나 종교단체에서 노숙자를 위한 급식차량으로 한끼 식사를 제공 한다. 역전에 꼬리를 물고 서 있는 노숙자들 모습을 본적 있다. 급식차량 주변으로 모여든 그들은 한 끼의 식사해결을 위해 그중에서도 자리싸움을 하며 세치기한다고 소리 지르며 삿대질 하는 모습도 보였다. 코로나19는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기회마저 앗아가 버렸다.

꽃피고 새우는 아름다운 봄날, 공원 한쪽 귀퉁이에서 손으로 봉지 속 밥알을 집어먹는 여인의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그 여인의 마음속에도 과연 봄은 왔을까. 공원을 산책하며 힐끔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때에 절은 무릎담요가 그녀의 간이침대다. 나뭇가지에서 하얗게 떨어지는 벚꽃이 그녀 발아래 소복이 쌓여도 공원이 연두 빛으로 물들어도 어떤 감흥이나 마음의 감동은 아랑곳없이 무표정으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음지 속에 숨어서 나오지 않은 사람들 모습은 역 주변이나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왁자지껄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윷놀이로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노는 한낮풍경이 이시대의 노인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가 경제규모가 성장해도 그늘진 곳은 있다. 어느 사회고 간에 빈부의 격차는 있고 여전히 배고픈 사람들도 존재한다.

벤치에서 살며시 일어나 커리어카를 끄는 여자 노숙자의 뒷모습이 사뭇 쓸쓸하다. 오라는 사람도 반기는 사람도 없는데 그녀는 어디로 가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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