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by 샤론의 꽃


주일날 아침이었다. 아침 예배가 끝나고 교구사무실에 들렀다. 오가는 사람들 속에 익숙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오랜만에 제종 큰동서를 만났다. 형님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동안(童顔)에 선천적으로 타고난 고운 피부는 신이 준 최고의 축복이다.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항상 낙천적인 기질 때문인지, 어떤 골치 아픈 일이 터져도 긍정적인 사고로 묵묵히 일을 헤쳐 나가는 여유로움이 있다. 그래서인지 화장품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피부는 아이들 피부 못지않게 곱다.

제종 형님네와는 30대 때 옆집에서 십여 년을 같이 살았었다. 떨어져서 살면 서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상대에 대해 감춰진 부분의 약점을 모르는 신비감이 있다. 옆집에서 살다 보니 사생활이 거의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김치만 새로 담가도 서로 나눠먹고 좋은 점도 있지만 너무 속속들이 알다 보면 불편한 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있던 형님이 투덜거리며 “남들은 바람도 잘나던데 이 인간은 밖에 나가지도 않고 집구석에 박혀있어서 속상해 죽겠네. 차라리 바람나서 기어 나가버리면 좋겠어.”

“정말 바람나면 서방님 찾는다고 울고불고 난리 날걸요. 바람 안 피울 것 같다고 마음 놓고 말하시는데 세상일은 몰라요. 정말로 바람피우면 어떡할래요?”

“어떡하긴 내가 바라는 대로 돼서 좋지”

남편의 까다로운 성격에 날로 반찬투정은 늘고 경제적 책임감도 없이 쉬는 날이 많은 데다가 식성도 까다로워서 입맛에 안 맞으면 밥을 안 먹고 밖에 가서 술만 마시는 괴벽스러운 남편을 두고 홧김에 내뱉은 말을 듣고 내가 웃어넘기자 불난데 부채질하냐는 섭섭한 표정이다. 건축일 자체가 일이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니고 일이 끊기면 놀아야 하고, 겨울에 추위가 오면 일을 못하는 불확실한 직업인 데다 때로는 힘들어서 일 못한다며 집에 있는 날이 많아지자 두 딸의 대학 교육비를 감당하지 못 하자 무던한 성격의 그녀 입에서 불평이 터져 나왔다.


벌이도 시원찮은 데다가 친구들하고 만나서 들어간 술값도 무시 못 한다. 식성과 주벽 등 통제되지 않은 습관은 본능처럼 나날이 반복되었다. 가족들의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어지간한 사람 같으면 못살겠다고 난리가 날 법도 하다. 그래도 묵묵히 남편의 까다로운 성격을 잘 맞추어 나가는 게 신기했다. 그녀의 장점은 어떤 절박한 상황에도 좀처럼 감정에 치우치지 않았고 자신을 잘 컨트롤한다.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무주택으로 살면서도 몇 년 동안 부었던 국민주택 청약부금을 깨면서도 아쉬워하기보다는 깰 수 있는 적금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로움이 있다. 비록 몸은 바닥에 있어도 마음은 천국을 품고 사는 낙천주의자다.

벌게진 얼굴로 헐레벌떡 뛰어왔다. “동서, 00 아빠 서방님하고 같이 술 마셨다는데 몇 시에 둘이 같이 나갔어?”

“저녁 먹고 한참 후에 열 시쯤 될 거예요. 왜 그러세요?”

“그래? 00 아빠가 나를 속이고 있어서 확인하러 온 거야. 누구한테 제보가 들어왔는데 00 아빠가 어떤 여자하고 바람났대.”

“말도 안 돼,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바람피울 분 아니잖아요. 아주버니가 바람났다고 무슨 증거로 그런 말이 나오죠?”

“야채 가게 00 아빠가 봤는데 저녁 일곱 시쯤 어느 여자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손잡고 있는 걸 봤대”

손잡는다고 다 바람난 건 아니잖냐며 뭔가 오해일 거라고 하자 그런 모습 본 사람이 한 번뿐이 아니고 여러 번 봤고 또 다른 사람도 봤지만 말 안 해줘서 몰랐다며 펄쩍 뛰었다.

아주버니에게 따지자 딱 잡아떼며 무슨 소리냐며 여자 만났다는 시간에 동생하고 술 마셨다고 둘러댔단다. 사실인지 확인 차 물어보러 왔다. 시간상 두 형제가 술 마시는 시간은 밤늦은 시간이고 제보된 대로 여자하고 있는 시간으로 계산이 나왔다.

“이 인간 가만 안 둘 거야 일도 안 하고 집구석에서 놀면서 감히 바람을 피워?”

“형님 뜻대로 된 거네. 바람나서 나가라고 했잖아요.”

“바람나서 나가라고 했지 집으로 기어들어오라 했대?”

“그럼 아예 그 여자하고 같이 살라고 쫓아버려요.”

“뭐야? 지금 죽 쒀서 개주게 생겼어? 누구 좋으라고 쫓아내?”

불난 곳에 기름 뿌린 격이었으니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약 올리는 내 말에 소리를 확 질렀다.

세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아주버니를 두고 한 말 같다. 여자들에게 인기 있을 만큼 화술이 좋은 것도 아니고 돈을 쓸 만큼 경제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여자문제가 터져 나왔으니 옆집 사는 제수씨인 나 보기가 무안했던지 만나면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나를 피한 느낌이었다. 한 동안 여자의 달콤한 유혹에 혼을 빼 버린 것 같다며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질투가 심했다.


모르면 몰랐지 알고서는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 감시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는 아주버니도 마음껏 누리던 자유가 박탈당할 처지가 됐다. 며칠 후에 만나서 아주버니 동태에 이상 느낀 것 없냐고 하자 비 오는 날, 아주버니가 우산을 쓰고 나가려 했다. 어디 가냐고 묻자 소주 한 병 사러 간다고 하면서 나가려 하자 그녀가 소주 사다 준다며 못 나가게 하면서 우산을 빼앗았다. 빗속에 뒤도 안 돌아보고 쏜살같이 뛰어서 버스정류장 쪽으로 도망쳤단다.같이 비를 흠뻑 맞으며 쫓아가다가 놓쳤다며 그 여자 만나러 간 것 같다고 말한다.

시앗을 보면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 속담이 있다. 절대로 질투 따위는 하지 않을 것 같은 그녀도 여자임에는 틀림없다. 역시 싸움과 불구경은 볼만한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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