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의 수다

by 샤론의 꽃


“카톡카톡”

요란스럽게 내뱉어내는 소리에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방정맞게도 울린다.’ 들고 있던 신문을 밀치고 스마트폰을 터치했다. “뭐 하고 지내? 시간 되면 오늘 M 하고 셋이 만나자.” OK 사인을 보내고 약속 시간을 잡았다. 초등학교친구 O와 M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한다. 가끔 문자로 서로 ‘우리가 자주 못 만난 것은 너 때문’이라며 서로를 탓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각자의 생활이 다르다.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얄팍한 이기심으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식당 안은 점심을 먹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바삐 먹고 나간 사람도 있지만, 마냥 앉아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침을 튀겨가며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세 여자, 식당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지난날의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O는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 하다가 지금 휴직 중이다. 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 있다. 그녀는 자신이 다니는 요양원에 시어머니를 모셔왔다. 시어머니는 딸 집에서 생활하다 요양원에 입소해야 될 처지였다. 낯선 곳에서 적응하려면 어려울 것 같아서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곳에서 돌봐 드리며 며느리 얼굴이라도 보면 낫지 않을까 싶어 모셔왔다. 가끔 간식을 사 와서 주변 할머니들과 나눠 드시라고 드리고 퇴근 후에는 시어머니와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조금이라도 위로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평소에 고부지간에 원만했나 보지?”

“말도 마, 젊어서 청상으로 혼자 거친 세상 살아가려면 억세 질 수밖에 없지만, 이건 정도가 지나쳐" 조금 수틀리면 소리소리 지르고 속을 박박 긁으면서 고생하고 살아온 과거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다.속이 부글거려도 참고 살았는데 딸과 같이 산다기에 그러라 했다.차라리 안 보니 속은 편하더라는 얘기였다.

편한 방법대로 살지 성격 알면서 모셔다 편치 않은 일을 만들었냐고 물었다.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들은 요양원을 노인들 수용하는 감옥쯤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예쁘지 않은 며느리라도 곁에 있으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모셔왔고, 또 딸이라고는 해도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아서 모셔왔는데, 조금도 변한 것 없이 옛날 성정 그대로였다. 밤에 취침시간에도 주변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시끄럽게 한 사람 누구냐며 소리를 질러서 당직근무자를 당황케 하곤 했다.


시어머니는 ‘내가 아니면 니들이 뿔뿔이 헤어져서 고아 신세로 살아갈 텐데 지금처럼 안정된 생활이 가능할 것 같아?’

그런 생각으로 자식들 앞에서 언제나 당당했다. 살기 힘든 세상, 자식들 두고 자신의 행복 찾아가지 않고 살아온 지난날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며느리의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소리소리 지르곤 했다. 문제는 며느리의 직장인 요양원에서도 평소 행동이 그대로 재현되었다.

오전 바쁜 시간, 침대에만 누워있는 할머니 한 분을 휠체어에 태워 거실로 이동시키려고 휠체어를 밀고 나가다가 시어머니 곁을 스쳤다. 며느리가 휠체어 밀고 오는 것을 보고 옆으로 피하지 않고 지나가다가 휠체어 바퀴에 발이 스쳤다.

“오메 나 죽네, 그래 시에미가 그렇게도 밉냐? 다른 사람은 태워 나감시롱 나를 휠체어로 깔아뭉게고 간께 좋냐?”

바닥에 철퍽 앉아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른 시어머니를 일으키려 했지만 바닥에 앉아서 두 손을 바닥에 치면서

“사람들 와서 구경 좀 하쇼, 며느리가 시에미를 밀어 부러서 나가 이렇게 넘어 졌당께.”

주변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서 구경거리가 돼버렸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원장이 시어머니를 다른 층으로 보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며느리가 시어머니 보기 싫어서 다른 층으로 내 쫒았다며 울고 난리라고 하기에 가봤더니 대뜸 한다는 말이

“너 내 아들하고 살지 말고 이혼해라. 너 같은 며느리는 필요 없다.”

며느리에게 분풀이를 해댄 바람에 눈을 지그시 감고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집이 아닌 직장에서 일어난 일이라 무척 난처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며 지친 마음과 몸을 쉴 겸 직장을 퇴직했다고 말한다.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젊은 시절 남편 없이 살아온 보상심리와 ‘내가 어떻게 키운 아들인데’라는 심리가 세상 뜬 남편의 빈자리에 아들이 차지하고 있을 거야. 너를 며느리로 보기 전에 내 아들 뺏어간 여자로 생각한 거야.”


그녀도 아들 둘을 결혼시켜서 네 명의 손자를 두고 있다. 큰며느리로 호된 시집살이를 했기에, 며느리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려 해도 자기 관점에서 생각하고 판단할 때가 많다며 쓸쓸히 웃는다. 며느리들에게는 자기도 어쩔 수 없는 시어머니란다. 가만히 듣고 있던 M이

“그래서 시자가 싫어서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은 아니야.”

세여자의 수다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명약이었다.

작가의 이전글3000원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