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르지 할아버지

by 샤론의 꽃


“푸우훗”

침대식탁 위에 죽과 반찬이 흥건하게 쏟아졌다. 성주할아버지 입에서 쏟아져 나온 음식물 찌꺼기는 사방으로 튀었다. 죽을 떠먹이려고 고개를 맞대고 있는 내 얼굴까지 지저분하게 흘러내렸다.

“어르신 죽은 왜 뱉어요?”

“너도 한번 먹어봐라 먹기 싫은 음식 먹는 게 얼마나 힘든지.”

식사 때마다 전쟁을 치른다. 그는 편마비에 치매증상까지 있어 판단력이 정상일 수 없다. 어떻게 해서라도 죽을 드시게 하려고 갖은 애를 쓰다 보면 같은 방 다른 분에게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른 환자의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오물처럼 흘러내린 음식물 찌꺼기를 뒤집어쓴 내가 안 돼 보였는지 반대편 석우할아버지가 한마디 거들었다.

“주는 음식 조용히 받아먹지 지금 뭐 하는 거야? 먹는 음식으로 행패 부리지 말고 죽이라도 꼬박꼬박 먹어야지.”

“너나 처먹어라”

“아이고, 지난 세월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짐작이 가네. 집에서도 가족들에게 그렇게 행동한 증거네.”

대응하는 석우 할아버지를 향해 성주할아버지는 씩 웃으며 “그래 맞아” 그가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달랠 방법이 없다. 그는 아이들처럼 빵이나 식감 부드러운 떡 종류를 좋아한다. 죽이 먹기 싫으면 입안에 물고 삼키지 않고 한참 있다가 뿜어내는 것으로 식사를 거부한다. 때로는 반찬을 안 드시면 죽 한 숟갈 입에 넣고 오렌지주스를 한 모금씩 마시며 겨우 식사를 마친다.


병원에 외래진료 나갈 때는 큰아들이 와서 모시고 진료받고 돌아온다. 코로나 기간중에는 면회가 금지되어서 외래진료 나갈 때 아니면 가족 얼굴 보기도 어렵다. 쇼핑백 속에는 그가 좋아하는 빵과 떡 두유 등 식사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을 사 온다. 나이 40넘은 독신인 큰아들도 아버지 뒷바라지 하려면 시간을 내어 아버지 좋아하는 간식과 포장된 순댓국을 꼭 사 와서 놓고 가곤 한다. 그가 좋아하는 순댓국을 먹으며 “순댓국이 기가 막혀”를 연발한다. 사온 순댓국을 데워드리면 죽 한 그릇을 거뜬하게 비운다. 점심때 육개장이 나왔다. 두어 숟가락 드시더니

“사기꾼들이 끓인 순댓국이라 맛이 없어.” 식당에서 나온 육개장을 안 먹겠다며 맛없는 순댓국이라며 육개장그릇을 밀어버린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그의 말투와 고집스러운 인상은 스크루지 할아버지란 별명이 붙었다. 심한 곱슬머리에 기분이 좋으면 병실이 떠나가라 할 정도로 “헤헤헤엠” 큰 소리를 지르면 옆 병실에서 시끄럽다고 항의하러 오면

“듣기 싫으면 죽으라고 해”

답답한 병실에 있다가 물리치료받으러 가면 물리치료사 손에 이끌려 휘청거리면서 걷기 연습을 곧잘 하다가도 싫증이 나면 바닥이 털썩 주저앉아 버린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안 오셔요?”

"우리 집사람 죽었어.”


젊어서는 꽤나 돈도 잘 벌어서 혼자 살다가 건강이 안 좋아지자 병원에 입원하면서 돈 관리를 할 수 없게 되자 큰아들에게 재정권을 넘겼다면서 자기는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가끔 손목을 잡거나 슬며시 엉덩이를 툭 치곤 한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정색을 하고 바라보면 멋쩍게 웃는다.

“할아버지 젊어서 다방마담 꼬시려고 다방에 다니면서 돈 많이 썼죠?”

“맞아”

“집에 가서 마나님한테 혼나기도 했죠?”

“그랬지”

“여기는 다방이 아니예요. 우리는 다방 마담이 아니고 할아버지 도와드리는 요양보호사한테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면 염치없다는 표정으로 웃기만 한다. 밥 안 드시고 우리 엉덩이 툭치는 행동하면 아들한테 전화하면 아들이 집으로 모시고 간다고 했는데 집으로 가겠냐고 하면 절대 안 간다고 한다. 어느 정도의 현실을 파악한 것이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만약 아들집으로 보내진다면 종일 혼자 외롭게 있어야 할 것을 계산한 것이다.


“어르신 죽 드세요. 안 드시면 아드님이 모시러 온다고 했어요.”

“싫어 집에도 안 가고 죽도 안 먹어”

떠나갈 듯 큰소리에 이동하던 환자가 놀라 문 앞에서 넘어질 뻔했다. 별명처럼 심술궂은 스쿠르지할아버지의 생활방식이다. 하루를 보내려면 요양보호사는 환자에게 시달리고 환자는 물리치료 때문에 힘들어한다. 반복적인 생활이 요양시설의 실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할머니는 빚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