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눈빛

by 샤론의 꽃



정신이 멍하다. 방금 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스쳐 지나가는 영상처럼 눈앞에서 어른거린다.붉은 피를 덩어리째 토하던 할머니의 풀어지는눈빛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침대 시트 위에 쏟아진 그붉은 액체가 번져간다. 할머니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도 입에서 흐르는 액체는 시트 주변에 순식간에 피빛 장미를 화려하게 그려놓았다. 들것에 실려 나가는 모습은 다시 회복한 모습으로 얼굴을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평소 시끄럽게 소리 지르는 남자 어르신 방은 조용하다. 살며시 문을 열자 60대 남성 입소자가 손을 들어 보이며 인사를 한다. 깨어있다는 신호다. 옆방 할머니들도 조용한 수면시간이다. 방마다 이상 없다. 중환자실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혹시 이동하려는 분들 움직임이 있지 않나 살펴보기 위해서다.


졸음이 오자 눈꺼풀이 내려온다. 졸음을 쫓으려고 서서 일어나려는 순간 방 안에서 미세한 신음 소리가 들린다. 불을 켰다. ㅊ할머니는 입에서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물티슈로 피를 닦은 다음 자러 들어간 동료 요양보호사를 불렀다. 그녀는 잠이 안 오는지 누워있다가 바로 일어나 ㅊ할머니 방으로 들어왔다. 재빨리 요양원 대표에게 전화했다. 신속하게 119를 불렀다. 요양원 위치와 주소를 불러주는 목소리는 떨렸다.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서 기저귀를 갈려고 착용했던 기저귀를 풀자 까만 혈변을 한 무더기 배설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 위인 회색지대에 있는 환자는 사그라드는 불꽃같은 모습으로 눈을 뜨려고 해도 하얀 눈동자가 눈꺼풀로 덮이기를 반복한다. 곧바로 소방 응급대원 두 명이 방역복으로 무장하고 들어왔다. 더운 복더위에 온몸에 바람 한 점 들어갈 수 없는 방역복은 남자 소방요원과 여자 소방요원이라는 것만 겨우 구별되었다. 환자의 나이와 질병 히스토리를 물었다. 나이 들어 요양원에 입소할 때는 크고 작은 질병 한두 개쯤은 몸에 달고 다닌 것은 거의 있는 현상이다. 혈압 당뇨 치매는 기본적으로 있어도 병원에서 검사하기 전까지는 가족들도 질병 유무를 모르고 있다가 요양원에 들어온 케이스도 가끔 있다. 혈압 당뇨 유무를 간호일지를 보고 말해야 했다. 너무 다급한 현상이라 대답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환자 개인 차트를 보고 나이와 질병 이력을 신속하게 말했다. 들것에 환자를 옮기는 순간 요양원 대표가 들어왔다. 119 대원은 심폐술을 하고 환자 코에 산소 호흡기를 달았다. 요양원 대표는 119 대원을 따라 병원에 가고 보호자는 병원으로 오라고 연락했다. 나하고 N은 침대 커버 벗기고 혈흔을 닦아내고 소독했다. 유난히 검은 피부는 한순간에 환자 얼굴 혈색이 하얗게 변하며 눈동자가 희멀겋게 변하는 모습이 마음에 켕긴다.


유독 식사 때마다 반찬 투정이 심한 ㅊ할머니는 식사시간이 유독 길었다. 밥이나 반찬을 꼭 남기면서 밥이 식었다고 불평하거나 반찬이 이게 뭐냐고 불평하는 까다로운 성격이었다. 남들 식사 시간이 다 끝나도 식판을 앞에 두고 있다가 남은 밥을 국에 부으며 간이 안 맞는다고 불평했다. 일주일 전쯤 화장실에 가서 볼일 본 후에 나오다가 넘어졌었다. 무릎에 실금이 간 바람에 깁스를 하느라 더운 여름에 무릎에 붕대를 칭칭 감고 불편한 생활을 했다. 기저귀를 착용하고 불편한 다리를 한쪽으로 두고 체위변경을 할 때는 조금씩 움직여 도와주곤 했다. 걷던 분이 꼼짝없이 침대에 드러누워 있으니 불편함은 말할 수 없어도 조금만 고생하면 걸을 수 있다고 말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긍정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까칠한 성격에도 고통을 이겨내는 인내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집념은 치료하면 나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야간근무 들어가서 주간근무 팀한테 근무 인계받을 때도 아무런 조짐 없었다. 방 안에 들어가면 모로 누워 편한 상태로 자고 있었다. 깨어있으면 직감적으로 눈을 마주치던 그녀다. 평소처럼 소란스럽고 소리 지르는 사람 없는 모처럼 조용한 밤이었다. 시끄럽고 이 쪽 방 저쪽 방에서 부르고 난리 쳤다면 응급시간을 놓쳤을 뻔했다. 폭풍 후의 고요처럼 환자가 병원으로 실려 가고 잠시 기대고 휴식을 취해도 두근거리는 가슴이 억제되지 않는다.

환자위장 벽에 꽈리처럼 똬리를 틀고 있던 혈관이 터졌다는 병원 측의 설명이다. 아무런 충격 없이 자연현상으로 혈관이 파열된 극히 드문 케이스라는 병원 측의 설명이다. 삶의 마지막을 이곳에서 보내는 대상자들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떠날지 알 수 없다.


창궐한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보호자들 면회가 금지되자. 가족을 그리는 대상자들은 날마다 집에 간다며 현관문 앞에서 얼씬거린다. 집에 가서 아들 밥 차려야 한다며 문 열어 달라고 떼를 쓴다. 전날 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다며 조금만 참자고 말하자 희미한 미소를 보이던 그녀였다. 병원에 가서도 자가 호흡이 안 된다던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왔다. 죽음이 가까이 온 줄 모르고 너무 편한 모습으로 누워있던 ㅊ할머니가 사용하던 침대가 주인 없이 덩그마니 있다. 갑자기 생긴 응급상황은 대부분 야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야간근무는 긴장 일색이다. 누군가는 새 생명으로 세상으로 오고 어떤 이는 세상을 끝내고 하늘나라의 별이 된다. 갑자기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다. 가볍지 않은 생명은 없다. 죽음의 현장에 있는 요양보호사는 현장에서 겪었던 공포의 트라우마에 시달릴 때가 있다. 마지막 순간에 마주친 하얗게 변한 눈동자를 잊을 수 없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사건 앞에서 ㅊ할머니의 의식을 잃어가는 모습으로 들것에 실리던 모습에서 고통 없는 나라로 여행을 떠난 할머니의 모습이 생각난다.2년전 그날처럼 쓸쓸한 하루 해는 서쪽 하늘에 몸을 감추고 주변에는 붉은 노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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