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을 찾습니다

by 샤론의 꽃



요양원 주차장에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모처럼 맑은 하늘에는 새털구름이 그림을 그리고 있고 뜰에 핀 장미가 바람에 고개를 흔들어 주고 있다. 승용차 문이 열리자 운전석에서 운전자가 내리더니 뒷좌석에 탄 할머니를 부축했다. 부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할머니 가방을 들고 뒤따라 요양원 안으로 들어왔다.

부잣집 마님 타입의 할머니는 걸음걸이가 다소 불편해 보였다. 사회복지사와 면담한 보호자는 할머니의 가정환경과 취향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입소 등록 절차를 마쳤다. 모시고 온 보호자는 생활실에 들어오면서 분위기를 살폈다.


“혹시 모르는 분이 찾아와서 고모님이 여기 계시냐고 묻거든 그런 분 안 계신다고 얘기해 주세요. 실수로라도 얘기해서 여기 계신 걸 알면 일이 복잡해질 수 있으니 꼭 부탁드려요.”

그는 할머니의 조카사위였다. 대부분 자식들이 모시고 와서 입소절차를 마치는데 처고모를 모시고 와서 법적대리인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할머니는 친화력이 좋아서 바로 할머니들과 얘기하며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가져온 짐 속에서 간식거리를 꺼내어 주변 분들에게 나누어 드렸다.


“나는 자식이 없이 혼자 살다가 요양원에 들어왔어요. 평소 친정 조카 부부가 왔다 갔다 하다가 여기로 들어왔는데 주변사람들이 알면 골치 아플 것 같아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카 내외만 알고 있어요.”

그녀는 다른 입소자 노인들과 잘 어울려 놀면서 지나간 과거를 스스럼없이 말하곤 했다. 꽤나 많은 재산을 소유한 재력가였다. 첫 결혼에 실패한 후 사업을 시작했단다. 유흥업소를 차렸다. 사업수완이 뛰어나서 돈은 많이 벌었지만 가정을 이루지 못해 자녀들이 없었다. 돈을 버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을 때 세월은 빠르게 지나갔다. 수중에 돈은 있지만 젊음을 대신해 주지는 않았다. 이제 자신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은 돈밖에 없었다. 혼자 스스로 생활이 불가능해지자 조카 부부에게 불편한 부분을 맡겼다. 그녀에게 있는 재산은 사후에 상속권 다툼의 여지가 다분히 많았다.

할머니를 비밀리에 모시고 온 조카 부부가 며칠에 한 번씩 면회를 다녀갔다. 불안해한 쪽은 할머니가 아니라 조카 부부였다. 할머니에 대한 선의든 계산적이든 돈을 둘러싸고 벌이는 암투는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이미 여러 곳을 알아본 후에 모시고 온 듯하다. 돈이 없었다면 할머니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부부는 할머니를 빨리 알아낼 수 없는 은신처 즉 안전가옥(?)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대상자의 신상정보는 보호된다.


친자 간에도 이런 케이스는 간혹 있었다. 치매가 심한 C할머니는 하루 종일 혼자 중얼거린다. 우리 아들이 아무리 나한테 잘한 들 영감만 하겠냐며 중얼거린다. 꽤나 금슬 좋은 부부였다고 한다. 집에서 같이 생활하다가 할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고 할머니 혼자 남았다. 재산은 할머니 앞으로 되어 있는지 둘째 아들이 할머니의 보호자로 등록되어 있었다. 그가 요양원으로 모시고 온 후 요양비나 간식 등을 알아서 관리하였다. 어느 날 둘째 아들은 어머니가 여기 계신 것을 아는 사람 없으니 비밀로 해 달라고 했다. 형제들이 부지불식간에 나타나서 어머니를 모시고 가버리면 안 된다는 말을 했다. 그는 할머니에게 남은 재산문제로 형제 간들 모르게 요양원에 일정 기간 지내고 난 후 다른 시설로 옮기 갰다며 할머니를 퇴소시켰다.


친자녀들 간에도 재산문제로 어머니를 몰래 빼돌리다시피 하니 다분히 분쟁의 문제가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결코 편안해 보이지는 않았다. 혼자 남은 할머니에게는 많은 재산은 사후 분쟁의 씨앗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는 제한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조카 부부가 간식을 들고 할머니를 방문했다. 할머니를 찾으러 오는 사람이 있었는지 또 묻는다. 몰래 숨어들다시피 온 요양원이라는 곳이 언제까지 할머니의 남은 삶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안전가옥이 될 수 있을지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