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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련 Aug 19. 2020

칠년만의 외출

바리스타 탐정과 마환_평생도의 비밀

기나긴 시간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시간의 날들을 무심하고 덤덤하게 건너왔다. 고요하고 더딘 걸음으로.

한 계절이 물러가고 새로운 계절이 창문가에 성큼 다가와 있었음에도 손 흔들어주지 못했다. 일 년 열두 달 내내 같은 계절을 사는 사람의 옷을 걸치고 있었으므로.

철지난 차림으로 집을 나서서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기분. 변함없이 줄기차게 찾아오는 계절임에도 맞이할 준비는 늘 늦었다. 미처 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적확할 듯.


할을 만난 칠 년 전의 어느 봄날, 일상은 티 나지 않고 매일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일로 계절이 바뀌어가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의 일상과 나의 일상이 섞이고, 한데 어울려들었다.


낯설고도 익숙한 경험!

나는 그들이 열어놓은 마음의 문을 부지런히 들락거렸다. 그들의 치열한 삶의 속내가 나의 몸과 마음에 철썩거렸다. 파도처럼 달려들었다.


무력감.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들이 눈물을 훔치고 그들의 엉덩이를 스스로 떼고 일어설 때까지 나는 가만히 조용했다. 허우적거리던 나의 일상이 비로소 땅을 디뎠다. 그들의 삶이 내게로 와 땅이 되어주었다. 겪어보지 못한 세계였다.


할의 인생을 온전히 전하지 못했다면 할의 말에 성실하게 귀를 기울여주지 못한 나의 불찰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의 이야기가 진실로 다가설 수 있기를 소망하는 바다. 터무니없는 진실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꿈을 꿨다. 그리고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과 나란히 걸어가는 그 길에 햇살이 놓였다.


바리스타 탐정 마환_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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