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걸어줘도 고마운 세상
장승처럼 오도커니 나무밑 마른 노구
일 년 열두 달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킵니다.
그 앞을 그냥 지나자니
꼭뒤가 당겨 말을 걸었습니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엉?"
"나이요?"
"아흔하고 넷 됐지."
"바람이 차요.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매일 부딪는 만남에 멋쩍어
괜스레 말 한번 걸어보고 돌아서는데
"고마워, 말 걸어줘서..."
무심히 오가는 사람들 틈에 앉아
마스크로 말문을 닫아버린 게 아니었습니다.
말만 걸어줘도 고마운 세상에
내가 살고 있는 거였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