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에 가다

땅끝은 바다의 시작

by 양수련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짧은 이 글이 어째 익숙했습니다.

다시 살펴보니 제가 쓴 글이더군요.

언제 썼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주 오래전에 제가 쓴 글이란 것만은 확실히 알겠더군요.


어딘가에 내가 올린 어설픈 글이 지금껏 살아서 나 몰래 돌아다니고 있었구나.

詩란 이름을 달고서......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 낯 뜨겁기도 했습니다.


해남 땅을 밟던 그때의 저는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한 자락의 마음을 제 안 어딘가에 숨겨두고 있었습니다.


땅끝마을....

끝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막상 도착한 땅끝마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처럼 저를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제 인생의 한때가 누군가에 의해 구출된 기분이 들면서도

어설픈 글을 보자니 민망하고 쑥스러운 겁니다.


지금 올리는 이 글이 먼 훗날

또 얼마나 저를 공교롭게 만들지 지금의 저는 알 수 없습니다.


훗날 돌이키게 될 그때의 지금을 위해

한 줄 적는 일이 조심스러워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흔적을 남기는 일은 너무 쉽고 자유로우나

지우고 거두는 일은 너무도 힘든 까닭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