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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oca Dec 11. 2016

당신이 알고 있는 아프리카

서울보다 세련된 아프리카의 카페들


아프리카는 53개의 국가로 이뤄진 대륙이다. 필자도 검색하기 전까지 몰랐던 것처럼 대부분이 그 많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어디에 어떻게 붙어있는지 모를 것이다. 의도적으로 아프리카에 관심을 두지 않는 한, 알 필요도 없으며 알게 될 계기도 흔치 않다.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멀게 다가오는 아프리카다.


그런데 에티오피아는 비교적 친숙하다. 동생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소년가장 이야기였는지, 온몸에 정체모를 분칠을 한 부족의 전통 이야기였는지, 기억은 모호하지만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많이 볼 수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왜 에티오피아일까?





에티오피아는 역사가 굉장히 길다. 마냥 길기만 한 것도 아니다. 320만 년 전에 직립보행을 했던 인류 최초의 화석이 발견된 곳이다. 성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등장하며, 다양한 부족들이 그들만의 전통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경외감 가득한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꿈같은 낭만이 어우러진 나라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1세기, 에티오피아는 UN에서 매년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 174위의 저개발국이다.


우리가 접하는 에티오피아의 이야기는 상기한 것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 세계가 만든 아프리카의 이미지와 무섭도록 일치한다. 하지만 그 면적이 한반도의 5배에 달하며 1억이 넘는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에티오피아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우리가 접하는 모양새는 다분히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당연히, 글 한 편에도 에티오피아의 모든 것을 담을 순 없다. 아니, 그 일부를 온전히 소개하기에도 매우 벅차다. 그러니 나도 단편적으로 에티오피아의 모습을 소개하기로 한다. 내가 살던 곳에서 즐겼던 커피 라이프를, 다만 상기한 키워드와 여러 매체에서 다루는 소재와는 조금 거리를 두고서.




필자가 주말에 즐겨 찾던 카페의 전경과 내부다. 보시다시피 깔끔한 시설에 맛 좋은 커피는 물론이며 무선 인터넷도 제공한다. 오픈 키친을 보고 있자니 없던 허기도 밀려와 클럽 샌드위치를 하나 주문한다. 현지 물가에 비해 결코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한국의 여느 카페보다 고급진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옆자리에서 새로 산 아이폰을 만지고 있는 걸 보다가 종업원과 눈이 마주쳤다. 친절한 미소로 더 필요한 것은 없는가 물어본다. 커피가 식어 따뜻한 물 조금만 넣어줄 수 있겠냐 공손히 부탁했더니 번개같이 갖다 준다. 청소부 아주머니의 왕래가 지나치게 잦다는 것을 제외하면 화장실도 굉장히 깔끔하고 전체적으로 모두 좋았다.



매장 위치와 인테리어의 관계를 썩 깊게 고민하는 듯한 토모카 커피전문점


관광객들에겐 아마 가장 유명한 카페가 아닐까 싶은 '토모카'의 내부 전경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나오는 토모카의 인테리어는 대체로 앤틱, 에스닉한 느낌이다. 하지만 추가로 여는 점포들은 입지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고 있다.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상당히 적극적인 점포 확장이 진행 중이었다.


이탈리아를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이탈리아 정통의 입맛에 가까운 원두를 취급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럽과 일본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론리플래닛에도 소개될 정도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매장에 따라 전시를 구경할 수도 있고, 운치 있는 옥상 테라스가 딸린 곳도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진과 같이 사람들이 커피를 서서 마신다는 점이었다. 여행하면서 만난 프랑스 친구에 의하면,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커피를 서서 마시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유럽의 문화를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접하게 되니 조금 당혹스러웠다. 뭔가 빨리 나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실제로 자기네 나라에서도 빠르게 마시고 나간다고 한다. 그럴 거면 테이크아웃을 하면 되지 않나..?



아디스아바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칼디스 커피'


'칼디스 커피'는 아디스아바바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커피전문점이다. 로고에서 애매한 스타벅스의 향기가 느껴지는 이 카페는 어딘가 친숙하다. 딱히 코멘트할 것이 없는 무난한 커피를 팔고, 넓은 매장에 테이블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사람들의 수다 소리가 끊이질 않고, 번화가에 하나쯤은 꼭 있는, 어디선가 참 많이 봤다.


기사를 찾아보니 사장님이 미국을 여러 번 다녀오시면서 카페에 관한 영감을 받았단다. 그 연장선인지, 공식 홈페이지의 소개로 'One of the hippest coffee shops in Addis Ababa'라고 되어 있는데... 소위 힙하다는 뉘앙스가 나라별로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난 잘 모르겠다.


뭐 어쨌든 내가 보기엔 무난한 카페다. 테이블을 붙이기도 좋아 단체 모임이 있을 때 종종 가게 된다. 메뉴 역시 커피부터 티, 스무디, 아이스크림 등 한국의 카페처럼 온갖 음료를 다 판다. 다만 아이스 음료는 팔지 않고, 점원들의 영어실력이 유창하지는 않다고 한다. 다른 단체에서 일하던 캐나다 친구가 20분 동안 점원과 씨름을 해서 아이스 음료를 주문했는데 아주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나왔다는 후문이...


솔직히 칼디스의 버거는 가성비 최악이다. (lucasandbecca.wordpress.com)




물론 내가 소개한 일상은 일부다. 도심에서 차로 1시간만 벗어나면 나무와 흙으로 만든 집이 태반이고, 수도인 아디스아바바 내에도 적지 않은 빈민촌이 남아있다. 하지만 다른 편에서는, 보시다시피 우리가 누려왔던 모든 문화생활을 똑같이 누리고 있었다. 그 정도의 경제성장이 이뤄졌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경제전문지에서나 볼 법한 활자나 그래프로 증명할 필요도 없다. 충분히 현실로써 체감할 만한 광경이었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만의 색채가 짙은 부족들, 꿈에 대한 생각보다 끼니에 대한 걱정이 앞선 아이들, 기후변화의 전적인 피해자, 내전이 들끓지만 가끔은 기회의 땅이기도 했던 아프리카였다. 하지만 그 땅에 직접 와보니 그들 모두가 숯불에 커피를 끓여먹지는 않았고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있는 나에게 밥은 챙겨 먹냐, 아픈 데는 없냐, 카톡은 어떻게 하냐 등등 걱정스러운 안부를 물었다. '에티오피아'가 아닌 '아프리카'에서 잘 살고 있는가를 물었다. 나는 그것들에 밥은 맛있다,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하다, 인터넷 잘 된다, 저번 주말에는 3D 안경을 끼고 전 세계 동시 개봉하는 최신 영화를 봤고, 지금은 카페에서 한국의 메르스 기사를 보고 있었다고 답했다.


웃기는 일이다. 메르스가 유행하던 당시, '아프리카'의 현지인들은 인터넷 뉴스를 보며 나에게 물었다. 네 친구들은 괜찮냐, 한국은 왜 없는 병도 수입해와서 저 고생이냐, 저러다 망하는 거 아니냐 등 동정의 어감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을 내비쳤다. 우리가 여러 매체를 통해 바라본 '아프리카의 불쌍한 사람들'이 우리를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그들에게 절망의 땅은 아프리카가 아닌 대한민국이었다.



다분히 선진국의 입장에서 이해된 아프리카들, 구글링으로 찾은 2000년의 이코노미스트 표지는 화질까지도 절망적이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정보의 제한으로 수많은 오해를 낳고 있다. 특히, 선진국이 바라보는 후진국은 반대의 경우보다 더한 편견이 작용한다. 아마 기존의 개도국, 저개발국 프레임과 그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는 항상 일부였으며, 내가 이야기한 것 역시 일부다. 모든 이야기는 일반화의 여부와 시각에 따라 전부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게 된다. 


결국 (내가 그랬듯이) 몇 그루의 나무만 보고 숲을 판단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지만 그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랬듯이 아프리카를 어떠한 이유로 가게 되더라도, 나는 당신이 그곳에서 받을 도움과 배울 점이 훨씬 많을 것이라 확신한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지금의 시국을 놓고 봤을 때, 에티오피아가 우리나라보다 못한 게 뭐가 있냐고 반문하고 싶을 정도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태극기를 펄럭이게 만들었던 2016년 세계 치안 순위를 살펴보면 에티오피아는 34위였다. 그 아래 우리가 동경하는 뉴질랜드가 38위, 캐나다가 46위, 호주가 54위였다. 다소 지엽적인 통계로 보이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아프리카를 봐왔으니 나도 이렇게 숫자를 들이밀며 물어본다. 선진국의 잣대로 만든 저개발국을 논하기 전에 진짜로 살기 좋은 나라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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