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콩 Oct 28. 2022

임대인이 전셋집 대출 갚은줄  알았더니

"큰일 났다.  환장하겠다! "


중개업 17년 차 절친한 박 중개사가 한밤중에 걸어온 전화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이렇다.






박 중개사가 운영하는 중개사무소에 어느 날 담보대출이 많이 설정된 아파트 전세가 나왔다.(담보대출: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


임대인은 잔금일에 전세보증금을 받아 대출금을 일부 상환하고 감액 등기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감액 등기:은행에서 돈을 빌리면서 등기부상에 설정된 채권최고액을 대출금을 상환한 만큼  줄여서 등기하는 것)


이런 유형의 계약은 흔하다.

보통 공인중개사들은 담보대출을 상환하는 임대인과 은행에 동행하여 직접 대출금 상환 및 감액 과정을 관장한다. 전세계약이 체결되자 박 중개사는 잔금일에 직접 은행에 동행해서 처리할 계획이었는데, 임대인이 다른 제안을 했다.


"잔금 날이 말일이라 저는 업무 마감 때문에 너무 바빠요. 그러니 제가 은행까지 갈 시간이 없으니 비용을 주고 법무사 사무소에 의뢰하면 좋겠어요."


대출금 상환 말소 및 감액을 부득이 법무사 사무소에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당사자인 임대인한테 오롯이 맡기는 것보다 공인중개사가 관장하거나 법무사 사무소에 맡기는 것이 일처리를 확실히 할 수 있는 방법이므로 중개사는 동의했다.


중개사무소에는 대개  매매잔금 시 소유권 이전 등기나 근저당권 말소 업무를 대행해주는 법무사 사무소가 연결되어 있다.  박 중개사 역시도 거래하는 법무사 사무소가 있어서 전세 잔금 당일 대출금 일부 상환 및 감액 등기를 의뢰하였다.


그런데 잔금 당일에 임대인이 법무사 직원을 직접 대동하여 참석했다. 임대인의 회사에서 오랜 기간 믿고 업무를 맡기는 법무사 사무소라고 소개했다.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임대인이 직접 대동하여 업무를 맡기기를 청하므로 임차인도 흔쾌히 동의하였다. 그리하여 임대인이 대동한 법무사 사무소에 대출 상환 업무를 위임하기로 하였다.


박 중개사는 임차인에게 전세 잔금을 임대인 통장으로 넣지 말고 일단 공인중개사인 본인의 통장으로 송금하게 했다. 업무처리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법무사 사무소의 명함과 확인서도 받고 법무사  통장으로 돈을 송금했다.


박 중개사는 돈을 송금받아 은행으로 출발하는 법무사 직원한테 언제나처럼 당부했다.


"대출금을 상환한 후 상환 영수증이랑 감액 등기 접수증을 사무실 팩스로 보내주세요"


1시간 정도 후,  법무사 사무소에서  근저당권 상환 영수증과 감액 등기 접수증이 팩스 송부되었다.


모든 일이 잘 처리된 듯 보였다.


그리고 2년 후....


박 중개사에게 민원 접수와 함께 형사고소장이 날아들었다.


사실을 확인해보니, 이 전셋집에 계약 시에 약정한 대출금 상환은 안되었고, 당연히 감액 등기도 안되어 있었다. 결국 밀린 이자로 인해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었고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반도 못 찾게 된 상황이었다.


분명히 법무사 사무소 통장으로 돈을 송금하였는데,

그리고 상환 영수증과 감액 등기 접수증도 보내왔는데

어찌 된 것일까?


법무사 직원은 임대인과 짜고 온 사람이었고, 상환 영수증과 감액 등기 접수증은 모두 위조였다.

깜짝 놀라서 임대인한테 연락했더니 사업상 어려움에 처해 돈이 필요해서 친구인 법무사 사무소 직원과 공모한 일이라고 했다.


지금이라도 돈을 마련하여 임차인한테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였으나

계속적인 어려움으로 여력이 없다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결국 임차인은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계약 시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임대인의 귀책이지만, 잔금 시에 임차인의 잔금을 언제나처럼 임대인 통장으로 송금하지 아니하고 공인중개사의 통장으로 받은 사실이 첫 번째 논점이었다.


중개사들은 은행 등에 상환해야 할 금원이 있는 경우 임대인(혹은 매도인)에게 잔금을 전액 전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번 돈이 건네지면 추후 상환에 협조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확률도 있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안전한 업무처리를 위해서 상환 금액을 공제한 후 전달한다. 그리고 상환금액은 공인중개사나 법무사가 직접 지참하고 상환처리 업무를 진행한다.


박 중개사 역시도 임대인 통장으로 입금하면 혹시나 상환이 안될 가능성을 염려하여 신중을 기하기 위해 일단 중개사 통장으로 받았다가 법무사 사무소 계좌로 전달한 것이다. 보통의 경우 이렇게 진행하여 문제 생기는 경우가 전무하다시피 한데, 이 사건의 경우는 임대인이 데리고 온 법무사 직원이 임대인과 한통속이다 보니 중개사고로 연결된 것이다.


결국 안전을 기하기 위해 중개사 통장으로 받은 것이 오히려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위반이 되어 박 중개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더불어 대출금의 상환 및 감액을 중개사가 직접 관장하지 않은 점.. 등이 중개사의 과실로 남아 손해배상 책임이 부여되었다.


박 중개사는 임차인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납부한 뒤 임대인과 법무사 사무소에 구상권 청구소송을 진행했다.


담보대출금을 잔금 시에 상환 및 감액하기로 약정한 임대계약의 경우, 공인중개사가 상환 및 감액을 직접 관장할 것을 주문하고 잘 처리되었는지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내 친구 미순 씨가 집을 샀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