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피해의 핵심은 외면한 채 규제 정책만 남발하면 안 된다.
부동산 직거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개보수를 아끼고 절차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이는 시장의 자율성과 효율성이 확대되는 긍정적 흐름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한 번쯤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유는 과연 안전한가!
최근 직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기와 권리관계 분쟁은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거래 경험이 부족한 개인이 계약서 작성부터 권리분석, 자금 보호까지 모두 감당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위험은 고스란히 거래 당사자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부동산은 대부분의 국민에게 생애 최대 규모의 자산이다. 그럼에도 수억 원이 오가는 거래를 사실상 개인의 판단과 책임에 맡겨두고 있는 현실은 결코 정상적인 시스템이라 보기 어렵다. 자유로운 거래와 무방비 상태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부동산 거래 피해의 상당 부분이 무분별한 직거래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규제는 정작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거래 절차, 금융, 세금에 대한 규제는 계속 강화하면서도, 정작 직거래 플랫폼과 거래 과정 속 위험을 줄이는 현실적 대책은 외면하고 있다. 그러니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시장의 경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정책이 관리해야 할 대상은 단지 제도권 중개영역만이 아니다. 전문가가 배제된 거래 영역에서 어떤 위험이 발생하고 있는지, 그 위험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
물론 일부 공인중개사의 일탈로 인해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전문직역이든 소수의 무능력자와 범죄자는 존재한다. 공무원, 의사, 변호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직역 전체의 전문성과 존재 이유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장에는 단 한 건의 중개사고 없이 오랜 시간 업을 이어온 중개사들이 훨씬 더 많다. 이들은 단순히 계약을 성사시키는 사람이 아니다. 거래 전 단계에서 위험 요소를 걸러내고, 분쟁 가능성을 줄이며,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장치로 기능해 왔다.
따라서 이제는 문제 있는 소수를 기준으로 시장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검증된 다수를 중심으로 안전한 거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검증된 전문가가 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예컨대 일정 기간 이상 무사고 경력을 유지한 중개사를 대상으로 공신력 있는 인증 제도를 도입하고, 이들에게 부동산 거래신고나 전월세 신고 대행 등 일정한 공적 역할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보험료 감면이나 행정상 인센티브까지 더해진다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안전 중심 구조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중개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국민의 재산권을 보다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 설계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전문가 중심의 거래 구조를 통해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대부분의 거래가 면허를 가진 부동산 전문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거래 과정에는 책임과 보험 체계가 촘촘히 결합되어 있다.
독일 역시 공증인을 통한 계약 검증 절차를 제도화함으로써 거래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거래의 자유는 허용하되, 그 위험을 개인에게 그대로 방치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선진 시장이 택한 공통된 방향이다.
반면 한국은 거래 자유 측면에서는 매우 개방적이지만, 보호 장치 측면에서는 여전히 개인 책임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 바로 이 지점을 정책이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의 개입을 계속 축소할 것인가.
아니면 검증된 전문가를 중심으로 거래 안전 구조를 강화할 것인가. 선진 시장은 이미 후자를 선택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법정단체로 출범한 지금이야말로, 거래 안전 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결정적 시점이다. 장기 무사고 중개사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이들이 안전한 거래를 주도하도록 하는 구조 개혁은 더 이상 미룰 과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