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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콩 Mar 07. 2021

TV 없어도 TV수신료를 내야 하나요?

대학생 딸이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다  재작년부터 근처 원룸  전세를 구해  나와 생활하고 있다.
혼자 독립한 게 처음이다 보니  딸은 공과금을 따로 내야 하는 걸  생각 못했다. 멀리 떨어져 일하느라 바쁜 나도 신경을 못썼다.

어느 날 전기요금이 미납됐다는 고지서가 날아왔고 깜짝 놀란 딸은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런데 고지서를 들여다보던 딸이

" TV수신료?  엄마 이건 예요?
 제방엔 TV가 없잖아요?"

대학생인 딸의 방에는 TV가 없고 노트북만 들고 사는데 TV수신료가 부과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냥 공영방송이니 의무적으로 내는 거 아닌가? 생각하다가 내친김에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전화해보았다.

" 집에 TV가 없는데도 TV수신료를 내는 건가요?"

했더니

당황한 상담원이 'TV가 없으시나요?'라고 되물었다.  말투는 세상에 요새 TV도 없는 집이? 그런 분위기. 그래서 대학가 원룸에서 아이 혼자 거주하는 거라 TV는 없다 했더니  하는 말.

" 그럼 KBS에서 문의하세요. 우리는 수납대행을 하는 곳이라 우리랑 상관이 없습니다."

라고 했다.
헐..

몇천 원에 불과한지라 호기심에 문의한 것이기 때문에 TV 수신 여부랑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거라는 답을 예상한 건데,  수납대행만 할 뿐이므로 KBS에 전화하라 하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 그건 아니죠. 수납대행을 하는 건 한전과 KBS 간의 협약이고 우리에게 요금을 직접 부과하는 건 한전이잖아요.  그러니 우리는 한전에 문의하는 게 당연합니다. TV가 없는 세대에도 TV수신료를 징수하는 게 합당한가 하는 건 한전이 KBS에 물어서 우리에게  답변해줘야지요.

공영방송한테 수신료 납부를 위탁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부과하고 납부자에겐 부당하면 KBS에 직접 알아보라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한전은 수신료 징수를 대리해주는 조건으로 약 6.6%의 위탁수수료를 받고 있다.

그래서

" TV가 없는 세대에도 무조건 TV수신료를 부과하는 게 맞는 것인지  KBS에 한번 알아보고 답주세요!"

라고 요청했다.

사실 중개업을 하고 있어서 주변에 원룸 다가구  건물이 두 채나 있기 때문에, TV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수신료를 납부하는 게 맞는지 정확히 확인하고 싶었다. 납부하는 게 아니라면 혹시라도 임차인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알려주어야 한다. 요즘엔 풀옵션 원룸이 많지만, 옵션 중에 TV는 없는 건물이 많기 때문이다.

2시간쯤 후에 답변이 왔다.
TV수신료를 모두 공제해주고 기납부된 금액도 반환해주겠다고 했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TV 없는 집에는 TV 수신료를 받을 수 없는 거였다.

잠깐 어이가 없었다.  일반 가정집에는  거의 다 TV가 있어서 문제가 없겠지만,  원룸 등의 다가구를 임대해  일시 거주하는 어린 학생이나 청년층, 독거노인들이  이게 뭔지도 모르고 꼬박꼬박 내고 있는 세대가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25.000원이 아니고 2.500원으로 소액이다 보니 무심코 내고 있는 세대는 얼마나 많을 것이며 그렇게 걷어들인 금액은 전국적으로 얼마나 될 것인가.

아무튼 기납부된 수신료도 다 정산해 줄 테니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는 투로 이야기해서 그냥  알았다고 끊었다.

그리고 몇 달 후 딸이 또 4개월분이 미납됐다는 고지서가 날아왔다고 했다. 여전히 서로 별로 신경을 안 쓴 데다 요금이 얼마 안 되고 곧 이사 나올 거라 자동이체 신청을 안 한 탓이었다.



엄마가 바빠서 신경 못써줘서 미안해. 금방 납부할게~  했더니 딸이 물었다.

" 엄마 근데  TV수신료 이제 부과 안될 거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2월에 또 부과됐었네요?"

잘못 부과된 걸 인정하고 시정 조치한다고 했으면서 여전히 습관적으로 일괄 부과하고 있었다.  이렇게 정확한  확인 없이 수신료가 부과되고 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겠지? 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아마 무조건 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일 것이다.

수신료를 징수하는 측에서 '수신료는 TV가 있는 세대에만 부과하는 것이니  TV가 없는 경우에는 한전에 연락하여 수신료를 거부해달라' 고 제대로 고지하여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소액이라도 부과되는 게 맞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원룸 생활 전전해야 하는 주거 대상자들이나 어린 학생들을 위해서도 바로 잡아 주어야 할 것 같다.

한전에 전화했더니 실수로 부과된 거라며 요금을 정정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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