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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갱도요새 May 01. 2021

내 연애를 보면 내 이혼이 보인다

그러니 미리 대비하세요

이혼 소송 의뢰인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연애할 때부터 OO 때문에 많이 싸웠어요."

물론 위 빈칸에 들어갈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다. 돈 쓰는 문제로 다투는 경우도 있고, 연락이 잘 안 되는 문제로 다투는 경우도 있다. 양가 부모님의 반대도 연애할 때부터 대개 문제가 된다. 아무튼 중요한 건 연애할 때 걸렸던 부분들이 결국 결혼을 해서도 발목을 잡고 이혼까지 간다는 것이다.


반대로 연애할 땐 좋았던 점이 결혼하고 나니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연애할 땐 OO한 게 좋았는데, 결혼하고 보니까 그게 별로인 거예요!"

연애할 때 애인이 옷을 잘 입고 잘 꾸미는 모습이 좋았는데 결혼하고 같이 살려니 외모 꾸미는 것에 과소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싫다거나(여기서 늘 등장하는 대사는 "누구 보여주려고 그렇게 꾸미는 건데?"이다.), 연애할 땐 매번 다른 장소로 데이트를 가자고 하는 애인이 좋았는데 결혼하고 나니 주중엔 회사 다니고 주말엔 집안일 챙기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주말마다 놀러 가자고 하는 게 싫다거나. 뭐 그런 것이다.


결국 공통점은 연애할 때 하던 행동이 결혼을 하고 나서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연애 버릇 이혼까지 간다.


의뢰인들이 주장하는 이혼사유들도 대개 연애할 때부터 티가 나는 것들이다. 다만 결혼을 준비할 때는 결혼을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려 그걸 애써 못 본 척했거나, 너무 사랑에 빠져서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그냥 결혼 준비 자체만으로도 너무 바빠서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혹시 지금 결혼을 고민 중이라면 내 애인이 이런 유형은 아닌지 한 번 유심히 보시면 좋겠다.

모든 유형을 다 열거하긴 어려워서 민법 840조의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하는 것들과 이혼 단골 사유만 정리해본다.



1. 사랑은 열린 문 유형 - 민법 제840조 제1호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애인이 있어도 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의 모든 이성에게 유독 친절하고,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면 일단 알고 지낸다. 남들 소개팅에도 관심이 많다. 신입사원이나 후배, 친구의 지인 등 주변에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면 "예쁘냐?", "잘생겼어? 키커?"를 습관적으로 말한다. 남의 카카오톡 친구들 프로필 사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인스타나 페북 등 SNS 염탐도 즐긴다.


이 유형은 연애할 때 남사친, 여사친 문제로 속을 많이 썩인다. 희한하게 남사친, 여사친들이 단둘이 술 먹자고 그렇게 연락을 해온다. 그리고 이성친구들도 포함해서 단체여행을 가는 경우도 많다. 이성친구들의 연애상담도 엄청 해준다. 아무튼 이성에 관심이 많다. 실제로 이성에게 인기가 많은 경우도 많다. 이 유형의 남자는 유독 주변의 여사친들 머리를 쓰다듬고 다닐 것이고, 이 유형의 여자는 괜히 웃을 때 남사친들의 허벅지나 어깨를 때릴 것이다.


이런 유형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 결혼하고 나면 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높다. 물론 책임감이 있거나 정직한 사람이라면 그러지 않을 텐데, 이런 유형의 사람이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없거나 정직하지 않다면 언젠가는 불륜을 저지르게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대는 핑계는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다가와서 어쩔 수 없었다'이다. 세상에 자기 의지로 좋아서 하는 일인데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니!



2. 잠수부 유형 - 민법 제840조 제2호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연애할 때 툭하면 잠수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애인에게 화가 났을 때 아무 말도 없이 잠수를 탄다. 이런 유형은 진짜 답답한 게 상대방은 도저히 이 사람이 왜 잠수를 타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안 좋은 일이 생긴 건지, 화가 난 건지, 뭐 때문에 잠수를 타는지 알아야 도와주든 사과를 하든 할 텐데 그냥 연락두절이 되어 버리니 답이 없다. 웃기는 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는 거다.


연락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애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심이 없는 것이고, 여태까지 이어온 관계에 대한 책임감도 없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만 돌아가고, 당장 내가 힘들고 화가 나니까 애인이나 가족이 걱정을 하건 말건 그냥 잠수를 타버린다. 사실 연애하기에 좋은 부류의 사람은 아니지만, 잠수탈 때만 아니면 좋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결혼한 이후 문제가 생기면 배우자를 버리고 잠적할 가능성이 높다. 행방불명되는 것과는 좀 다르다. 자기 의지로 집에서 나가버리고 전화를 안 받는 것이다. 사업이 잘 안 풀리거나 막대한 채무가 생겼거나, 투자를 망했거나,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로 망하면 갑자기 연락두절이 되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남겨진 가족들은 집으로 날아오는 각종 채권자들의 독촉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


연애할 때조차 책임감이 없었으니 남겨진 배우자나 자녀들에 대한 책임감도 없다. 일단 잠수를 탄다. 늘 대는 핑계는 '그렇게 내가 사라져 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인데, 아니 적어도 사라진다 소리는 하고 사라져야 배우자도 새 삶을 꾸리던가 할 것 아닌가.



3. 전형적인 쓰레기 유형 - 민법 제840조 제3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제4호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우리가 흔히 '쓰레기'라고 하면 딱 생각나는 바로 그 유형이다. 강자에게 비굴하고 약자에겐 폭력적이며 애인을 내 소유물처럼 생각하고 수시로 쌍욕을 하거나 폭행까지 하는 바로 그 인간! 물론 일반화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이런 유형은 부모님도 비슷한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


당장 폭언이나 폭행을 하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언뜻 폭력적 성향이 보일 것이다. 서빙을 잘못한 알바생에게 지나치게 화를 내거나, 운전을 하다가 별 것도 아닌데 쌍시옷을 남발하거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말을 찍찍하거나, 부장님한텐 설설 기면서 후배 직원들에겐 자기 일까지 떠넘기고 모욕적인 말을 하고 꼰대같이 괴롭힌다거나. 이런 성향은 사실 애인이면 모를 수가 없다. 그냥 모르는 척하고 싶은 거다.


이런 유형은 결혼하고 나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폭력성이 강해진다. 폭언을 밥먹듯이 한다. 게다가 집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위험한 물건과 흉기가 상비되어 있다. 가위, 식칼 같은 전형적인 흉기는 물론이고, 유리병이나 의자를 집어던지는 경우도 많다. 청소기와 빨랫대를 집어던지기도 한다. 이혼 사건을 하면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물건을 집어던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자녀가 보건 말건 그냥 때리고 쌍욕을 한다. 임신한 아내를 때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참다 참다못한 부모님이 말리러 오거나 본가로 데리고 가면 부모님도 때리거나 밀친다.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배우자의 부모님에게 연락을 하면, 십중팔구는 "걔는 원래 그러니까 참아"라고 답변을 한다. 더 심한 경우는 "화나게 했으니까 그러겠지."라며 자기 자식을 두둔해주기도 한다.


흔히 구원자 콤플렉스나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이 이 유형과 연애를 한다. '이 사람을 구원해줄 수 있는 운명적 상대는 나뿐이야', '내가 아니면 이 사람이 누굴 만나겠어' 같은 생각으로 연애를 하는데, 아마 주변 사람들도 수시로 헤어지라고 조언을 해주고 있을 것이고, 그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오히려 애인을 두둔해주고 있을 것이다. 원래 그런 사람 아닌데 순간 욱해서 그런 거라고.


그냥 정말 아무 고민하지 마시고 헤어지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정말로 제가 얼굴 한 번 뵌 적 없지만 제발 헤어지세요. 참고 사는 것보단 이혼이 쉽고, 이혼보단 파혼이 쉬워요.


만약 이 유형과 정말 결혼을 하셔야겠다면 결혼 이후에 집 여기저기에 항상 홈CCTV를 달아두시고, 폭언이 있을 때마다 재빨리 핸드폰으로 녹음을 하시고, 폭행이 있으면 무조건 112 신고를 하고 병원에 가서 '배우자한테 맞았다'라는 말이 포함된 상해진단서를 받아두셔야 한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그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시면 좋겠다.



4. 지나친 엄마 사랑 아빠 사랑 - 시가, 처가와의 갈등


애인이 모든 의사결정을 부모님과 함께 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님으로부터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이 필요해서 도움을 구하는 정도라면 모르겠는데, 부모님의 결정이 곧 자기 결정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데이트 약속이 있었는데 갑자기 부모님이 찾는다며 약속을 파투내고 나중에 미안해 하긴 하는데 '부모님이 찾는 걸 어떡해. 왜 그런 것도 이해를 못해줘.'라는 식으로 꼭 사족을 단다. 이직이나 이사 등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도 부모님이 안 된다고 하면 안 한다.


사실 부모님 얘기를 하거나 직접 만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서 연애할 땐 잘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 백프로 드러난다. 부모님한테 모든 걸 다 허락받아야 하고, 부부가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마저 부모님 '허락'을 받으려고 한다. 다 큰 성인이 조언도 아니고 '허락'이라니! 아마 신혼집 위치마저 부모님과 상의를 해야 한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결혼 준비하면서 쎄한 느낌이 온다면 빨리 그만두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당연하게도 이런 유형과 결혼하면 부모님의 간섭이 심해진다. 이런 유형의 부모님은 자식의 모든 인생계획에 끼어들고 자기 자식과 결혼했으니까 그 배우자도 당연히 자기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일 큰 문제는 내 편을 들어줘야 할 배우자가 그 간섭쟁이 부모님 편이라는 것이다. 연애할 때나 결혼한 이후나 꼭 나오는 변명은 '왜 그런 것도 이해를 못해줘.'일 것이다. 그렇게 이해심이 깊은데 왜 고통받는 배우자의 심정은 이해를 못해주는지 모르겠다.



5. 프로 소비러 유형 - 과소비, 경제적 무능력


분명히 돈도 많이 못 버는 사회초년생 때 연애를 하는데 어디서 돈이 그렇게 나는지 돈을 전혀 아끼지 않는 유형의 애인들이 있다. 외제차를 끌고 다니거나 명품을 수시로 사거나 한 끼에 1인당 15만 원은 훌쩍 넘는 레스토랑에 매번 가거나. (물론 돈이 충분히 있어서 그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것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많은 연애를 거치면서 아마 다들 한 번쯤은 이 유형을 만나볼 것이다. 연애할 땐 큰 문제가 없다. 그냥 자기 돈 벌어서 자기가 쓰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문제는 결혼을 준비하면서부터 생긴다. 빚이 억 단위로 있거나, 30대 중반인데 모아둔 재산이 한 푼도 없거나, 막연히 부모님이 결혼자금 보태줄 것인데 뭐가 걱정이냐는 식으로 말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해도 경제관념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부부가 되면 어쨌든 가정의 공동재산을 쌓아 나가야 한다. 그런데 월급을 받긴 받는데 곧바로 카드값으로 빠져나가고, 마이너스 통장 잔고만 늘어난다. 카드론을 수시로 쓰게 될 것이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많이 벌면 많이 버는 족족 쓴다. 경제적 무능력이라는 것이 정말 돈을 못 벌어서 무능력한 것이 아니다. 가정에 남아 있는 돈이 없어서 무능력한 것이다. 이런 유형은 그냥 소비 스타일 자체가 결혼생활에 맞지 않다. 그냥 혼자 살아야 되는데 우리 사회가 결혼을 강요하다 보니 떠밀려서 결혼을 한 거다.


비슷한 유형으로 프로 투자러가 있다. 진짜 투자를 잘하는 거 말고, 정체 모를 투자처를 맹신하고 자신의 판단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친구가 무슨 엄청난 사업을 한대서 갑자기 억 단위 돈을 빌려주더니 당연히 망해서 돈도 잃고 우정도 잃는다. 웃기는 건 돈도 없으면서 꼭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서 그 정체모를 투자처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꼭 대는 핑계는 "우리 가족 잘 살아보자고 한 거다."인데, 잘 살아보려면 제대로 된 투자처를 알아보고 리스크까지 관리를 하며 투자를 해야지, 뭔지도 모르고 투자를 하면 안 된다. 아마 십중팔구는 자기가 투자한 것이 뭔지도 모른다.


결혼할 때는 꼭 서로의 재무상태와 소비습관, 투자계획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물론 솔로일 때의 소비습관과 결혼한 후의 소비습관은 분명 달라질 것이기에 앞으로 둘이 어떤 소비를 해나가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보는 것이 좋다.





결혼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그걸 잘 해내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정말 대단하고도 놀라운 일을 해낸 것이다. 사람들은 그 대단하고도 놀라운 일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어려운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협의이혼을 하면 숙려기간을 거쳐야 하고 재판상 이혼을 하면 법원에 가서 이혼사유를 입증해야 하는데, 정작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할 '결혼할 때'에는 아무런 제어장치가 없다. 그래서 애인의 문제점이 분명 보이는데도 결혼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위에 열거한 내용에 해당되는 것이 애인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일 수도 있다. (물론 사람은 자기 객관화가 어려워서 그걸 아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애인의 문제점이 보이는 데도 정말 결혼을 해야 한다면, 앞으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서로 신중하게 고민을 하고 나름의 예방책을 마련한 뒤에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 가드를 올리고 맞는 거랑, 그냥 멍하니 있다가 얻어맞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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