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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갱도요새 Apr 22. 2021

확실한 불륜 적발 루트 다섯 가지

이렇게 들킨다고?

이혼 소송과 각종 상간남/상간녀 소송을 하다 보면 수없이 많은 불륜의 현장을 전해듣게 된다. 왜 그렇게들 부정행위를 저지르는지 모르겠다.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이는 사회라서 그런지 불륜도 정말 많다. 물론 변호사는 결코 그들의 행동에 대해 도덕적으로 평가하거나 판단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행동에 맞는 위자료를 청구하거나 방어할 뿐이다.


많은 사건을 다루다 보니 불륜을 들키는 루트가 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은 배우자의 불륜이 의심되는 분들, 혹은 배우자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모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자기합리화로 흔히들 하는 얘기가 '들키지만 않으면 불륜이 아니다'라는 건데, 그런 말 하는 것 치고는 다들 허술하게 불륜을 저지른다. 불륜 적발을 위해 위치추적기를 부착하라느니 흥신소 사람을 붙이라느니 자극적인 조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불법적인 방법을 택할 필요가 전혀 없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허술하니까!


일단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찾아내는 기본적인 소양은 바로 촉이다. 아마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라면 배우자에게서 뭔가 쎄-한 느낌을 받아서일 가능성이 높다.

그 쎄한 느낌! 촉을 어떻게 믿냐고 하지만, 사실 촉이라는 것은 평생에 걸쳐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로 형성된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이끌어 가는 것이라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뭔가 쎄한 촉이 온다면, 그 뒤에 부정행위를 찾아내는 방법은 너무 쉽다. 불륜을 적발할 수 있는 뻔하고 확실한 루트 다섯가지를 소개해본다.



1. 핸드폰


불륜 들키는 루트 중 제일 그 빈도가 높은 것은 모두가 다 예상했듯 핸드폰이다. 모든 행동이 스마트폰으로 이루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이 없다면 불륜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배우자의 핸드폰을 보면 그 일거수 일투족을 다 알 수 있다. 법정에 증거자료로 제일 많이 제출되는 것도 핸드폰 캡쳐화면이다.


들키지 않으려고 흔히들 쓰는 방법이 불륜 상대의 이름을 바꿔 저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륜 상대가 김춘자(여성적인 이름)라면 김춘식(남성적인 이름)으로 저장한다. 동창인 것처럼 OO초 김XX, XX중 박XX 같이 저장하기도 한다. 직장 동료나 거래처 사람인 것처럼 김XX 대리님, 이XX 사장님으로 저장하기도 한다. 유독 통화목록에 자주 등장하거나 카톡창에서 상위권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김춘식씨와 OO초 김XX씨, 늦은 시간 급하게 자꾸 전화하는 이XX 사장님이 있다면 한 번 의심해보셔도 좋다.


많은 사람들이 불륜을 하면서도 통화내역, 카카오톡 대화내역, 문자내역을 전혀 지우지 않는다. 같이 찍은 사진도 지우지 않는다. 일단 적발만 하면 핸드폰은 그야말로 증거수집의 보고다. 카톡에는 각종 애정행각과 음담패설, 그리고 각종 신체사이즈 정보를 비롯하여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디테일한 정보들이 오간다. 물론 치밀하게 지우는 사람도 있는데, 배우자가 자꾸 통화내역과 대화내역을 지우는 것 같다면 또 의심을 해보셔도 좋다.


핸드폰에 있는 '최근 검색한 단어'에도 불륜의 흔적이 남아있다. 배우자와 데이트를 한 적이 없는데 '서울 근교 데이트 코스', '드라이브 코스', '당일치기 여행코스' 등 희한한 검색 기록이 남아있다면 한 번 또 의심을 해보셔도 좋다. 서로 바빠서 섹스리스 부부로 지낸지 오래 됬는데 '피임약', '발기부전' 등의 검색기록이 남아있는 경우도 정말 많다. 백프로다 백프로. 


핸드폰 캘린더의 일정도 눈여겨볼만하다. 불륜도 그 기본베이스는 연애인지라 데이트약속이나 기념일 같은 것이 캘린더에 표시되어 있다. 대놓고 불륜상대 이름을 적어놓기도 하지만 대개는 이니셜로 표시하거나 별이나 하트 등 알 수 없는 기호로 체크가 되어 있다. 동창회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동호회 모임이 유독 캘린더에 자주 표시되어 있다면 그것도 의심해봐도 좋다. 코로나 시국에 잦은 모임이라니, 생각만 해도 이상하다.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구글 타임라인도 아주 증거의 홍수다. 구글 지도 타임라인은 gps랑 연동되서 핸드폰을 들고 방문했던 장소와 시간이 다 기록된다. 유독 어느 동네에 자주 방문하거나 호텔, 모텔 등에 왔다갔다한 기록이 확인된다면 의심을 해보는 것도 좋다.


아고다, 호텔스닷컴 등 호텔 예약하는 앱의 마이페이지도 있다. 출장간다, 동호회 사람들과 1박 2일로 놀러간다, 부모님댁에 간다며 집에 안 들어온날 더블베드룸을 예약한 내역이 있다면 백프로다. 


간혹 비밀번호가 설정된 배우자의 핸드폰을 억지로 보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는 편이 좋다. 핸드폰에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더라도 갑자기 뜨는 알림을 얼마든지 캐치할 수 있고, 배우자가 핸드폰을 확인하는 찰나의 순간을 목격할 수도 있다. 



2. SNS


핸드폰에서 철저하게 숨겼어도 몇다리 건너 지구인을 다 이어주는 SNS까지 막을 수는 없다. 희한하게도 상간남/상간녀들은 자신이 불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길 생각이 없는지 SNS에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까지 설정해두는 경우가 많다. 이걸 건너 건너 지인들이 보고 불륜 아니냐며 알려준다. 


대놓고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것은 아니더라도 SNS에서 꽁냥대는 모습을 들키기도 한다. 불륜상대방이 선물로 받은 물건을 자랑하는 사진을 올리고, 거기에 배우자가 하트 남발하며 댓글을 달아주는 식이다. 아니면 인스타갬성 충만하게 해시태그로 온갖 데이트의 흔적을 남기고, 조용히 하트를 누른다. 조금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카카오스토리를 뒤지면 된다. 등산 다니시는 분들은 사진 속 선글라스에 비친 촬영자의 얼굴을 잘 확인해보시면 좋다. 이렇게 SNS에 흔적을 남기는 이유가 뭘까. 남들이 안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들켜도 상관이 없다는 건지, 그 심리까진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배우자가 다니는 각종 동호회와 모임 사람들의 SNS를 추적하다보면 배우자가 유독 어떤 한 사람하고만 붙어서 단체사진을 찍힌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바로 불륜 상대방일 가능성이 높다. 유독 소송에 자주 등장하는 동호회는 등산 동호회, 와인 동호회, 스쿠버다이빙 동호회다. 물론 단체사진만으로 부정행위라고 주장하긴 어려우니 다른 증거들도 같이 모아서 판단해야 한다.



3. 카드내역


불륜 적발의 전통의 명가는 역시 카드결제내역이다. 배우자가 잘 다니지 않는 동네(집과 직장이 아닌 그 어딘가) 인근의 음식점이나 카페 결제내역, 선물 결제내역, 호텔에 있는 레스토랑의 결제내역(대개 호텔비나 모텔비는 안들키려고 현금결제를 하는데, 레스토랑까진 생각을 못 하나보다.) 등 부정행위의 증거는 금방 찾을 수 있다. 숨기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쎄한 배우자가 어느날 갑자기 목걸이나 지갑 등을 선물했다면, 카드 내역도 한 번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그날 결제된 가격이 선물받은 품목 가격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


하이패스 결제내역도 있다. 놀랍게도 하이패스는 어디서 어디까지 언제 이동했는지 모든 내역을 다 기록하고 있다. 곧 피고가 될 상간남/상간녀의 집 가는 길에 유료도로가 있다면 하이패스를 체크해보면 매번 걸린다. 늘 그렇듯, 하이패스는 빠르고 편리합니다. 



4. 블랙박스


자동차 블랙박스는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간다. 차량내부까지 찍히는 블랙박스도 있고, 앞유리만 찍히는데 차량내부 대화내용이 녹음되는 경우가 주로 많다. 불륜을 하려면 상간남/상간녀의 집으로 가거나 아는 얼굴이 없는 먼 동네로 가야 하기 때문에 대개 차량을 이용하는데 이때 필수적으로 대화가 녹음된다.


다만 오래된 건 지워지는 경우가 많아서 최근의 영상을 확인하려고 할 때 유용하고, 앞유리만 찍힌다면 화면만 봐서는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어 모든 블랙박스의 내용을 다 들어봐야 하는 고충이 있다. 이 경우 팁을 드리자면 동영상편집이나 음성편집 프로그램으로 블랙박스 영상을 돌려보면 대화내용이 많은 부분은 음폭이 커지는데, 이 부분만 중점적으로 들으면 된다.

음폭이 커지는 부분이 대화를 하는 부분이다.

대개는 블랙박스 말고도 다른 의심되는 정황들이 있을텐데(외박을 했다던지, 갑자기 전화를 받고 나가서 늦게 들어왔다던지) 그런 날짜 위주로 블랙박스를 돌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들 블랙박스에 자기 음성이 녹음된다는 생각은 잘 안해서 그런지 블랙박스를 확인해보면 모든 것이 다 드러난다.



5. 주머니와 가방


배우자의 주머니와 가방은 정말 기상천외한 물건들이 다 튀어나온다. 제일 흔하게 들키는 물건이 발기부전 치료약과 콘돔이다. 공짜를 좋아하는 인류의 특성으로 인해 모텔이나 호텔에서 가져온 티백, 커피믹스, 세면도구, 라이터 등도 자주 걸린다. 아니 왜 불륜 저지를 때마저 그런 걸 챙겨오는지 의문이다. 부피가 작은 성인용품도 종종 걸린다. 수갑과 채찍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떨어진 네일 조각이 나올 때도 있다. 


배우자의 직업과 상관없는 물건이 나올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그냥 회사원인데 측량용 도구가 가방에서 나온다던지, 배우자가 의사인데 일반 회사 출입용 카드가 나온다던지 하는 경우다. 불륜상대방이 놓고간 물건을 전해주려고 가지고 있던 경우다. 사람은 물건을 정말 잘 놓고다닌다. 


요즘은 다 영수증을 가게에서 버리는 분위기라 잘 걸리진 않는데, 예전엔 영수증을 들키는 경우도 많았다. 둘이서 식사한 게 분명한 레스토랑 영수증이나 편의점에서 술과 콘돔을 구매한 영수증 같은게 주머니에서 구겨진 채로 종종 나온다. 




가장 흔한 다섯 가지를 소개했지만 위 다섯가지 말고도 불륜을 적발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고 불륜 현장 자체를 직접 들키는 경우도 다반사다. 


만약 배우자의 불륜을 적발했다면 일단 발견한 증거를 잘 모아두어야 한다. 배우자에게 물어보더라도 분명 발뺌을 할 것이다. 일단 내색하지 말고 증거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고, 그 뒤에 추궁하는 것이 좋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각서나 또 그러면 재산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는 법적인 효력이 없으니 굳이 안받아도 되고, 그냥 부정행위의 증거를 잘 보관하고 있는 편이 좋다. 이혼을 할 것인지, 가정을 생각해서(주로 어린 자녀들을 생각해서) 혼인관계를 유지해나갈 것인지는 조금 더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다. 다만 배우자와 이혼을 하든 말든 상간자에게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수집해둔 증거를 가지고 변호사를 찾아가면 된다. 


반대로 만약 지금 불륜을 하고 있다면, 아마 온갖 핑계를 다 대면서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데 그닥 좋은 생각은 아닐 것이 뻔하다. 이 사람이 진짜 내 사랑이다, 성관계만 했지 아무 감정도 없다, 불륜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든 배우자가 나쁜 사람이다, 배우자에게 한 번도 1순위인 적이 없었다 등등 온갖 핑계를 다 들어봤는데 그럴듯한 참신한 핑계는 한 번도 못 들어봤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상관이 없지만 기존의 관계는 정리하고 시작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다. 내로남불이 아니라 그냥 내불남불이다. 불륜을 들켜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 전에 빨리 어느 쪽이든 관계를 정리하면 좋겠다.


변호사들은 이미 너무 많은 불륜사건을 봤기에 무감각해졌지만(그러니 변호사가 너무 심드렁하게 사건을 바라보는 것 같다고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이혼과 상간소송으로 변호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세상이 끝난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절박한 심정으로 온다. 증거수집이니 소송이니 다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을 잘 추스르는 것이다. 


고통에 잠식되어 너무 오래 괴로워 하는 의뢰인들을 보면 많이 안타깝다. 소송과 위자료는 그 고통을 결코 치유해줄 수 없다. 누군가는 연고를 바르고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릴 것이고, 누군가는 그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상처를 덧낼 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 변호사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소송까지다.



고통스러울 때는 역시 소주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 또한 참 마음 아픈 일이다. 부디 언젠가 소주 한 잔 같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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