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분할, 배우자의 간호와 기여분제도
상속재산과 관련된 분쟁은 다 감정의 골이 깊지만 유독 마음이 아픈 사건이 바로 기여분과 관련된 사건이다. 우리 민법은 공동상속인 중에서 망인을 위해 상당한 기간을 동거·간호하는 등 특별히 부양하거나, 망인의 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으면 그 기여도에 따라 상속분을 가산해주고 있다(민법 제1008조의 2). 예를 들어 아픈 부모님을 모시고 살거나, 부모님의 가업을 주로 도우며 재산 증가에 도움을 준 경우다. 누구보다 망인을 위해 애썼던 상속인과 그렇지 못했던 상속인의 다툼이기에 이를 다투는 과정에서 의뢰인들이 유독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는다.
최근 기여분과 관련해서 마음 아픈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대법원 2019. 11. 21.자 2014스44, 2014스45 전원합의체 결정). A씨는 아픈 남편을 5년간 간호하였고, 남편은 여러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으며 10여회에 걸쳐 입원치료도 받았다.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하지만 고된 병수발 탓이었는지 A씨도 남편이 사망할 즈음이 되어 암 수술을 받게 되었다. A씨는 자신의 기여분을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A씨가 남편을 ‘특별히’ 부양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단의 취지는 이렇다. 배우자는 원래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를 넘어서는 정도의 ‘특별한 부양’이 있지 않으면 기여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배우자는 원래 다른 공동상속인보다 5할을 가산하여 상속을 받기 때문에 배우자의 동거·부양의무는 이미 상속분 계산에 참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픈 배우자를 간호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멀리 병원에 데리고 다녀야 하고, 입원한 배우자를 돌보기 위해 끼니도 대충 때우고, 병원 간이 소파에서 쪽잠을 자고, 대소변을 받아주고, 씻겨주고, 행여 무슨 일이 생길까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맘 졸이며 대기실을 떠나지도 못한다. 비싼 병원비는 이루 말로 할 것도 없다. 병실비가 부담되어 6인실에 들어가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사람들 때문에 쪽잠도 자기 어렵다. 치매 같은 정신질환의 경우 배우자가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이유 없이 화를 내며 끊임없는 정신적 고통을 주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아픈 배우자를 간호하는 것이 노년층의 부부에게 많이 발생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아픈 사람을 간호하는 것은 젊은 사람도 쉽게 하기 힘든 일인데 노년층이라면 오죽할까.
부부가 원래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하여 아픈 배우자에게 헌신하며 간호하는 노력마저 당연히 해야 할 정도의 노력이라고 가치를 깎아내릴 수 있을까. 100세 시대라고들 하는데, 아픈 배우자를 수십년간 보살피고 돌봐주어야 할 많은 사람들에게 그 노력이 ‘배우자라면 당연히 해야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출생률마저 떨어진 요즘 아픈 배우자를 간호하는 것이 오롯이 배우자의 역할이 되고, 그것이 ‘당연한’ 노력이라고 평가절하된다면 누가 그 역할을 하고 싶을까.
우리 민법이 기여분 조항에서 배우자를 배제하지 않은 취지는 무엇이었을까. 아픈 배우자를 정성껏 간호하든 내버려 두든 정해진 법정상속분만 상속받을 수 있다면 오히려 민법의 취지를 거스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법원도 배우자가 장기간 간호한 것을 기여분을 인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적극적으로 고려해 나가는 방향으로 기여분결정 심판 실무를 개선할 여지는 있다고 하였으니 기여분에 대해 고민할 여지가 많은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가정의 모습이 변화함에 따라 기여분 결정도 분명 바뀌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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