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간 종합 독서율은 1년간 교과서와 학습 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 등을 제외한 일반 도서를 한 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이고, 국민 1인당 종합 독서량은 4.5권이다.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수년 전부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대다수 사람이 텍스트로 된 책 보다 동영상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 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월평균 유튜브 이용시간이 최근 몇 년 동안 지속 증가한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독서량이 줄어들고 있다.
2. 나는 매달 5권 정도의 책을 사고 읽는다. 꾸준한 독서 습관이 몸에 배게 된 것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신경을 많이 써 주신 덕분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께서 사다 주신 <소년 삼국지>에 푹 빠져서 중간에 책을 놓지 못하고 밤을 새운 적이 있었다. 그 바람에 다음날 학교에서 하루 종일 졸다가 선생님께 혼이 나기도 했다. 흥미 있는 책을 만나면 수면시간을 돌보지 않는 버릇은 지금도 여전하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했던가. 아! 이젠 100세까지 가겠다.
3.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독서 방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요즘은 e-Book에 더해 밀리의 서재, 리디셀렉트, YES24 북클럽, 교보 Sam 같은 구독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디오북처럼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종이책을 선호한다. 나에게 종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다른 방식의 독서와 결코 견줄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연필로 비뚤비뚤 밑줄도 칠 수 있고, 무엇보다 책장을 넘길 때 나는 바스락 소리, 그리고 손가락 끝에 닿는 종이의 감촉은 감히 전자책이 당해내지 못한다.
4.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서 우리나라 16~24세의 언어능력 및 수리력 점수는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최상위 수준이지만 중장년층의 언어능력 및 수리력 점수는 상당히 낮아, 연령별 역량 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에 속한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문해력 측정 점수가 떨어지는 현상 자체는 일반적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 타 회원국과 다르다. '독서 부족'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독서량이 선진국임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경제 분야의 지표에 비해 문화 관련 지표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져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단 독서량뿐만 아니라 평소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는 횟수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문화적, 예술적 시선의 높이 등 사유의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요즘 다양한 주제의 재미있고 유익한 영상 콘텐츠들이 넘쳐나지만 그것에만 너무 매몰되면 좋지 않다. 영상에 노출이 많이 될수록 알고리즘이나 편향된 콘텐츠에 빠지기 쉽다. 그렇게 되면 생각이 획일화되고 당연히 사고력과 창의성은 퇴화된다.
100세 인생 시대의 도래, 인공지능의 발달, 불확실성의 증대 등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생각하는 힘과 창의성이 중요하다. 개인의 경쟁력,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나이가 들어가더라도 꾸준한 독서가 필요하다.
나의 인스타그램 [양성필의 책꽂이] (1)
5. 많은 사람들이 매년 새해를 앞두고는 굳은 결심과 함께 야심 있는 목표를 세운다. 나는 늘 독서량에 대한 목표 수치를 새해 목표에 포함시킨다. 당초 목표한 매주 한 권, 연간 52권에는 살짝 못 미쳤지만, 2021년 한 해 동안 정확히 45권의 책을 읽었다. 반드시 많은 책을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최소한 매달 한 권 이상의 독서는 권하고 싶다.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은 결코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적당한 분량으로 '에버노트' 앱에 독서 기록을 남기기 때문에 나의 독서량을 정확하게 알고 관리할 수 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귀찮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마치 책의 마지막 챕터를 읽지 않고 책장을 덮어버린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다산 정약용은 책을 접할 때 단순히 많이만 읽는 다독이 아닌 초서(抄書)를 강조했다. ‘초서’란 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뽑아서 직접 기록하며 책을 읽는 것이다. 느리지만 핵심을 공부하는 방법이다. 단 한 줄이라도 좋다. 독서 후에 기록을 남기는 습관을 들여 보자. 독서의 맛이 달라질 것이다.
에버노트 앱에 저장된 독서 기록은 이렇게 활용한다. 첫째, 가끔씩 외부 강연이 있을 때마다 강의자료 작성에 요긴하게 차용한다. 둘째, 글쓰기에 적절하게 활용한다. 글이 잘 안 써지고 답답할 때 지난 독서 기록을 편안한 마음으로 훑어본다. 그러다 보면 갑자기 돌파구가 떠오르기도 한다. 셋째, 독서 기록 중 일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공유한다. 친구 맺기를 통해 나의 기록도 나누고 남의 기록도 참고할 수 있어서 좋다. 세상에는 책 읽기와 독서 기록의 숨은 고수들이 즐비하다.
나의 인스타그램 [양성필의 책꽂이] (2)
6. 100세 인생 시대의 인생 2막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데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는 사람이 많다. 그때 도움이 되는 것이 평소 꾸준한 독서라고 강력하게 추천한다. 내 머릿속에 생각의 재료를 채우는 데 책만큼 좋은 게 없다. 책을 읽다 보면 분명히 아이디어가 하나둘씩 생길 것이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어떻게 1주일에 한 권씩, 그렇게 책을 빨리, 많이 읽고 독서 기록까지 남길 수 있느냐고.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지만 지난 30여 년 동안 줄곧 유지해왔던 나만의 독서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손에 책을 들고 다니며 지하철 출퇴근 시간 40여 분을 독서에 활용한다. 하루 40분이면 출근하는 날로만 계산해도 1년에 약 6일이 넘는다. 이 것을 10년, 20년 계속하면 상당한 시간이 된다.
둘째, 최소 세 권에서 최대 다섯 권까지를 동시에 읽는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읽는 책, 침대에서 잠들기 전까지 읽는 책, 점심 약속이 없을 때 한 줄 김밥과 더불어 사무실에서 읽는 책 등 때와 장소를 달리하며 여러 종류의 책을 한꺼번에 섭렵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독서법을 '통섭을 목적으로 한 다중(多重) 읽기'라고 부른다. 실제로 동시에 읽고 있는 책들 간에 통섭이 일어나서 따로 읽었을 때보다 독서 효과가 배가된다.
셋째, 책 또는 글의 종류마다 읽는 방법이 다르다. 시를 읽을 때는 단어 하나하나를 감미하면서 읽는다. 소설이나 수필의 경우엔 스토리 중심으로 빨리 읽는다. 인문 교양서적의 경우 한 페이지 단위로 띄엄띄엄 핵심부분만 골라서 더 빨리 읽는다. 그러다가 집중적으로 파고들 부분이 있으면 골똘히 그 부분에 몰입하기도 한다. 어차피 책 한 권의 내용을 미주알고주알 다 기억할 수 없다. 때론 과감한 생략과 책장 넘기기가 정답이다.
영국 경험론의 선구자인 베이컨이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책들은 맛보기 용이고 어떤 책들은 삼키기 용이며 몇몇 책들은 씹고 소화시키기 용이다. 즉, 어떤 책들은 일부만 읽으면 되고 어떤 책들은 다 읽되 호기심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몇몇 책들은 완전하고 충실하고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넷째,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밑줄 긋기, 체크 표시하기, 별표 표시하기를 한다. 여기서 체크 표시한 것 일부와 별표 표시한 것 모두를 독서 기록으로 옮겨 적는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두 번째 읽기가 되는 동시에 책에서 내가 꼭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이 추려진다.
7. 다독가로 알려진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대표는 스스로를 타고난 독서가가 아닌 책 읽고, 읽은 내용을 써먹고, 은근히 자랑하기도 하는 과시적 독서가라고 부른다. 그는 읽지 않은 책에 죄책감 갖지 않기, 순서대로 읽지 않기, 가방에 책 한 권, 일주일에 한 권 읽기, 책을 통해 시대정신 읽기, 소셜 미디어에 책 자랑하기 등 재미있고 다양한 독서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적어도 독서 방법에 관해서는 나랑 닮은꼴이 좀 있어 보인다.
8. 날이 갈수록 새로운 게 자꾸 등장하고 잘 모르는 것들이 늘어난다. 누가 내 멘토가 되어서 그런 부분들을 잘 이끌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멘토가 반드시 내 주변의 살아있는 인물일 필요는 없다. 멘토를 만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독서다. 독서를 통한 배움을 삶으로 옮길 수 있다면 어떤 불확실성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다.
100세 인생 시대,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사고와 부단한 배움이 꼭 필요하다. 독서를 통해 정신적인 성장을 멈추지 않기를 권한다. 꾸준한 독서를 통해 인생 후반전의 좋은 기회와 계속해서 접점을 만들어 가보자. 독서는 이상에서 실현까지, 멀게 보이는 간격을 좁혀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