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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양화 Oct 16. 2024

부부는 이렇게 애인에서 동지로 변해가는구나

아이들을 키우면서 신경을 많이 썼던 것 중 하나가 양치질이다


아들 다음에 딸, 딸 다음에 아들, 엄마가 해주는 칫솔질을 먼저 하느냐 나중에 하느냐


이런 사소한 거를 가지고도 싸우는 남매 모습을 보면서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는 걸까, 막막했다


남편이 일찍 돌아오면 한 명에 한 명씩을 담당한다


“나 엄마!”

 “아니 내가 엄마 갈 거야!”


남편은 힘이 세서 아프단다…


칫솔을 가지고 기다리는 남편의 실망스러운 얼굴과 그 보다 더 실망스러운 내 마음


한 명이라도 좀 남편이 해 주면 안 될까…


(아무리 내 아이라도) 다른 사람이 아~하고 열어 넣은 주둥이와 이빨 사이에 낀 찌꺼기를 보기가 쉽겠는가


그만큼 그 시절은 여유가 없었다, 이 양치의식이 끝나야 하루 일이 잘 마무리된 듯 마음이 놓였다  


한편 칫솔질당하는 아이들도 자신이 원한적도 없는 이 바닥에 누워 전등 보며 가만히 아~ 이를 벌려야하는  (꾀 오랜 ) 시간을 끔찍이 여겼다


가만히 있질 않았고 울고 떼쓰기 일쑤였다


그럴 때는 대충 하고 만다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


이렇게 불안한 엄마의 마음을 달랜다


남편이 핸드폰을 보이면서 이를 닦기 시작하자 갑자기 남편 인기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입을 헤에 벌리며 유튜브를 보는 아이의 입속에 여유롭게 칫솔을 넣는 남편을 보고 이게 맞는 건지 안 맞는 건지 모르지만 내가 편하다는 사실 하나로


너도 모르게 남편에게 “사랑해~”하는 말이 뛰어나왔다


결혼 전에 느꼈던 “사랑”과 확실히 다른 “사랑해”


손을 잡거나 달콤한 칭찬을 받았을 때 나오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그저 아이들의 공동 책임자 역할을 맡아졌을 때 느끼는 그 따뜻함과 희열이 나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내뱉게 했던 거다


부부는 이렇게 애인에서 동지로 변해가는구나


아이들이 스스로 이 닦을 수 있는 때가 빨리 오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지금 겨우 안 하게 되었으니까 무려 14년이나 계속한 셈이다


치열하고 우스운 21시의 루틴 덕분에 아이들 충치 치료는 거의 안 받아봤다


요즘 나도 남편도 이가 많이 안 좋다


아이들 돌보 누라 자기 이발에 신경을 못 썼나 보다


한국은 충치치료가 보험 처리되는 일본에 비해  치과치료가 비싸다


임플란트 공사 중인 나는 가지런하고 건강한 이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돈 버는 길이라고 명심한다


고전 ‘돈키호테’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고 한다


【산초, 다이아몬도 하나보다 이 하나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아야 해 】


완전히 완전히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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