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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양화 Oct 12. 2024

최대한 속상치 않는 표정을 지어야지

어제 도서관에 갔다


우선 대출 한 책을 반납했다


보물 찾기처럼 두근두근


새 책을 고루는 설레는 시간


2주에 한 번의 이 순간이 왜 이렇게 행복할까


키피 한잔 수다 떨기보다 훨씬 좋다


난 ‘전형적인 ’ 아이‘형 인간인가 봐


50년 가까이 그런 것도 모르면서

괜히 ‘이-’ 노릇을 해온 거 아닌가


MBTI검사가 있는 요즘 세대가 부럽다


울 시대는 무작정 직업을 골랐다


병원 영양사로 일했던 시대를 떠올리면 끔찍하다


아아, 2번 다시는 못할 게다


책을 3권 골랐다


“대출 부탁드려요”


“하루연체하셨어요, 내일부터 대출 가능합니다 “


최대한 속상치 않는 표정을 지어야지


이런 일쯤이야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보여야지


얼굴에 웃음을 뛰우며 이 상황을 재미있어한다는 인상을 줘야지


온갖 힘을 다해 그런 사람을 연기했다


혼심의 “아..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가을 오후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개학 첫날 아침의 아들 얼굴보다 슬펐다


오늘도 도서관에 왔다


내 품에 3권의 책을 안고


짙어지는 가로수를 걸어가면


올 겨울에도 금목서냄새가 찾아왔다


심호흡을 오래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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