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 다시

다시 시작하는 법

by Yanggang

아직도 새해라 부를 수 있을까.


설날이 지나고

달력은 벌써 3월을 향해 넘어가고 있다.

나는, 아직 작년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는데

시간은 빠르게 달려 나간다.


3월. 충분히 준비를 끝내놓고

무언가를 시작해야 할 시기인데

올해는 몸까지 따라주지 않는다.


기침은 멈추지 않고,

두통이 머리를 짓누른다.

열이 오르자

생각도 함께 달아올랐다.


유독 엉망진창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

사소한 실수가 자꾸 겹쳐 속을 썩이고

평소에는 웃어넘길 수 있는 일들에도

괜스레 마음 상해 마음의 짐이 쌓여간다

이런 생각들은 스스로를 좀먹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이에,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일찍 눈을 감았지만

품고 잠들었던 문제들이 곪은 건지

밤잠을 설치다 새벽녘, 결국 다시 눈을 떴다.


이렇게 아플 때면

대학교 1학년 새내기로, 선배들이 무서웠던

겨울방학의 내가 떠오른다.


위험한 운동 기술을 연습하고 있던 날이었다.

이미 몸과 마음은 지쳤지만, 한 번만 더 해보자는

선배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무리하다가 결국 발을 다쳐

휴학계에 들어갔다.


본가에서 요양하던 6개월.

독한 약을 먹으면 잠이 쏟아졌고

그렇게 먹고 자는 일만이 하루의 전부였다.


그런 생활이 익숙해질 때쯤

몸이 나아질수록

마음이 불안해졌다.


이렇게 무기력한 내가, 다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

걷는 것도 힘든 내 몸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매일 밤 끊임없는 생각이 숨이 옥죄여 왔다.


그때, 나는

하루에 단 하나의 목표만 세우기로 다짐했다.


오늘은 잠을 푹 자보기.

성공하면, 다음날은 맛있는 것 챙겨 먹어 보기.


그렇게 작은 성공들이 쌓여

목표는 산책이 되었고

안부 연락이 되었고

마침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되었다.


목표를 이룰수록 자신감이 생겼고

몸이 회복되자 마음도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몸져누운 내가 있다.


하지만, 나는 이미 한 번

천천히 돌아오는 법을 배웠다.

그러니 우선 눈을 다시 감아본다.


결국 해가 떴고, 어스름한 아침

조금은 개운해진 몸으로 일어나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씻고 나와

출근 준비를 해본다.


지금까지 쌓아두기만 했던 옷을

하나씩 옷걸이에 걸어두고

이미 훌쩍 지나버린 달력을 넘긴다.


그리고 창문을 열자,

차갑기만 하던 바람에

조금은 느슨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


겨울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어제의 공기와는 달랐다.


봄이 오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정리라는 이름의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