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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갱 Jul 03. 2022

제과기능사 자격증반 이야기 #2

어제도 봤고 오늘도 보고 내일도 볼 마들렌.

오븐 예열은 항상 먼저!

재료 계량! 각 재료마다 1분 정도로!

 

오늘 만들 것은 마들렌! 하필 마들렌이다!

근무하는 카페에서 어제도 봤고 오늘도 보고 내일도 보게 될 마들렌이다!

사실 커리큘럼상 스펀지케이크를 만들 줄 알고 다음 날 카페로 들고 가 아이싱을 연습할 계획이었다. 예상치 못하게 계획이 틀어짐에 작은 한숨이 나와버렸지만 어쩌겠어! 오늘 수업도 열심히 듣는 수밖에! 후하!


우선 마들렌은 170(윗불)/150(아랫불)의 온도에서 15분에서 20분 정도 굽는다.

일정한 배꼽과 높이, 색깔이 더 중요하고, 배꼽 모양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전처리 과정 중에 레몬 제스트를 만드는 과정이 있었다. 강판에 레몬 껍질이 갈리며 레몬의 상큼한 향이 파져가고 있었다. 생각지 못한 상큼함에 방금 전까지 날 괴롭히던 졸음이 한순간에 달아난 느낌이었다.


열심히 레몬과 씨름하고 나니 어느새 옆에선 재료 계량이 완료되어 있었다. 2인 1조의 장점이자 단점이랄까.. 편하긴 한데 모든 과정을 다 해보기는 어려워서 시험 볼 때가 걱정이다..

다행인 건 이따가 또 한 번 더 만들어 본다고 하니 그땐 역할을 바꿔 못했던 작업을 해봐야겠다 생각하며 다음 순서에 집중했다.


박력분과 베이킹파우더를 가루들을 체치고 계란, 설탕, 소금을 섞어 두는 동안 조원이 버터를 중탕했다.

 1단계법이기에 순서 상관없이 준비된 재료들을 섞어도 무관하다고 하셨지만 뭔가 칠판에 적혀있는 대로 따라 하지 않으면 찝찝했기에 1~3번 순서대로 진행했다.

선생님께서 칠판에 적어주신 재료와 과정들.


모든 반죽을 섞은 후 반죽 온도가 25도가 되면 휴지 시간 20~30분 정도를 가진다. 이 말은 즉슨


‘드디어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겠구나!’


찬물을 가져와 반죽에 받쳐주고 열심히 저어가며 식혀주었지만 반죽 온도가 27도에서 도저히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찬물을 가득 떠와 갈아주어도 온도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아 ‘그냥 이대로 휴지 시켜버릴까..’ 생각마저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우리 조만 반죽 그런 게 아니었다. 다른 조의 반죽 온도도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기온이 올라가버리는 곳도 있었으니까..


결국 참다못한 수강생 중 한 분이 선생님께 옆 강의실에서 얼음 좀 떠와도 되냐고 허락을 구한 후, 큰 스테인리스 그릇 가득 얼음을 안고 왔다. 다 같이 기다렸다는 듯 모여 얼음을 나눠 가져 갔다. 손쉽게 떨어지는 온도를 보며 허탈감과 안도감을 느끼며 볼에 랩을 씌웠다.


휴지 시간을 가진 후, 반죽을 짤주머니에 넣어 팬닝을 시작했다. 확실히 휴지 시키기 전보다 반죽이 더 되직해진 것 같다. 모양틀 한 개에 50-60% 정도 반죽을 열심히 채우니 어느새 두 판 가득 채워졌다. 오븐에 넣고 타이머를 재고 또다시 시작된 기다림의 시간.

그리고 설거지의 시간..

마들렌이 구워지는 동안 다 같이 역할을 나누어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를 해치우고 마저 조리대와 바닥을 청소했다. 정신없이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고소하고 향긋한 마들렌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하나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며 오븐에서 서대로 마들렌을 꺼내 보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배꼽이 빼꼼하고 올라오지 않았다..

선생님께서는 배꼽의 모양보다 전체적으로 모양이 균일하게 나오는 게 더 중요한 거라 이것도 잘한 거라고 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타공판으로 옮겨주어 조금 식히고 난 뒤 한 입 먹어보았다. 갓 만든 건 역시 뭔들.. 식감은 정말 부드러웠고 고소한 맛과 레몬의 상큼한 향이 얼굴을 휘감는 느낌이었다.


‘그래, 배꼽 모양이 뭐가 중요해! 맛만 있으면 된 거지!’


오늘의 마들렌은 비록 판매할 순 없지만, 처음으로 내가 직접 만든, 그래서 더 맛있는, 늘 카페에서 보던 마들렌과는 다르다. 어제도 봤고 내일도 보게 될 마들렌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조금 특별한 마들렌으로 간직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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