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아르바이트생의 업무 일지
오랜만에 일찍 일어난 아침이었다. 평소엔 오후 12시나 그 이후에 일어나는데 오늘은 유난히 눈이 일찍 떠졌다. 습관적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메신저를 켜니 방금 전에 온 연락이 맨 윗줄에 떠있었다. 일하는 카페의 점장님이었다.
“혹시 이따 2시부터 근무해줄 수 있어요?? 갑작스레 미안해요 ㅠㅠ 매니저님이 급한 사정이 생겨서요;;”
모처럼 이른 아침에 일어난 나를 맞이해주는 게 다른 것도 아니고 땜빵 연락이라니.. 어차피 일찍 일어났으니 느긋하게 준비해도 문제 될 건 없지만 귀찮은 건 어쩔 수 없다.
“네, 괜찮아요! 이따 뵙겠습니다!”
하지만 시간만 많고 돈은 없는 내게 일이 귀찮은 건 사치다. 일이 있으면 해야지! 돈 벌어야지!
항상 오픈 시간대만 해왔기에 미들에 출근하는 게 새삼 머쓱하게 느껴졌지만 그마저도 잠깐이었다.
출근 시간인 오후 2시는 점심을 먹고 오후의 티타임을 즐기러 오는 손님이 많아 정신이 없다.
손님이 들어오면 주문을 받고 음료나 빙수를 만들고, 손님이 나가면 자리를 치우고 컵, 포크, 나이프 등을 설거지한다. 쟁반이나 서비스 테이블에 부족한 부분도 채우고 매장 내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들은 없는지 항상 확인한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카페가 조금 한산해졌다. 하지만 쉴 틈은 없었다. 원활하고 빠른 마감을 위해 지금 미리 홀 뒤쪽 공간을 깨끗이 정리하고, 홀 내부 바닥을 쓸고 닦아야 했다. 빨리 일을 해치우고 쉬기 위해 손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설거지하느라 몸을 또 움츠렸는지 버터 쿠키를 만들 때 느꼈던 작은 통증이 허리에 또다시 찾아왔다.
마무리로 야외 테라스를 정리하고 쓰레기통에 한가득 쌓인 쓰레기들을 정리하니 어느새 5시가 되었다.
퇴근까지 드디어 1시간이 남았다. 손님도 한 테이블 밖에 없겠다, 간이 의자에 앉아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오랜만에 온 몸에 힘을 써서 그런지, 아니면 어제 들은 제과 수업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는 건지 몸이 너무 찌뿌둥했다.
‘생각해보니 일하는 동안 계속 서 있었잖아?? 손님 올 때까진 좀 앉아있어야겠어!’
라고 다짐하며 잠시 핸드폰을 만지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어버렸다.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선 운이 좋게도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았던 것이다. 입고 있던 앞치마를 재빠르게 벗어버리고 퇴근을 외쳤다.
“저 먼저 퇴근할게요!”
퇴근할 때마다 외치는 이 한 마디가 어딘지 모르게 개운함을 준다. 오늘도 프로 땜빵러답게 열심히 일한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고, 아직 근무시간이 남은 동료들에게 “나는 먼저 간다! 부럽지!?”라는 뉘앙스를 전달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후자는 조금 악마 같은 이유지만 나도 많이 들었다고!?
아무튼 고생한 나를 위해 ‘얼른 집에 가서 시원하게 씻고 누워야겠다!’라 생각하며 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열심히 움직인 덕에 몸은 좀 무거웠지만, 맑은 날씨가 주는 예쁜 노을을 보게 되어 꽤 기분 좋은 퇴근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