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기능사 실기반 첫날
이왕 베이커리 카페에서 일하는 겸 뭔가 관련된 것을 공부하고 싶었다. 겸사겸사 그림 그릴 소재도 얻으면 좋고..
그렇게 주변에 제과에 관심 있는 지인들과 함께 제과기능사 자격증반을 등록하여 6월 15일 수강을 시작했다.
첫날 만들게 된 것은 버터 쿠키. 사실 쿠키는 다른 과자들보다는 익숙하고 쉽게 느껴진다. 레시피도 간단하고 집에서 몇 번 만든 적이 있다. 물론 맛이나 모양은 좀 엉성했지만.. 아니면 어렸을 때 유치원에서 만들어 보았던 추억 덕분일지도…?
계량을 끝낸 재료들을 섞고 짤주머니로 모양을 내면 끝난다. 만드는 과정 자체는 간단했지만 생각지도 못함 부분에서 너무 힘들었다.
계량한 재료들을 휘퍼를 이용해 섞어주는데 휘퍼를 잘 못 쓰고 있는 건지 아니면 힘이 없는 건지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큰 것 같다..) 반죽 섞는데만 온 힘을 쏟아내었다..
문득 베이커리 주방에서 근무하는 지인들의 모습이 스쳤다. 대단한 사람들이었어..
있는 힘 없는 힘 짜내어 드디어 반죽을 완성했다. 가루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섞어야 하는데 반죽이 점점 질척해져서 이미 힘든 상태임에도 더 세게 저어야 했다.. 사실 이땐, ‘이것만 끝내면 이제 힘든 건 없겠지?’ 생각해 온 힘을 쏟아냈거늘.. 오산이었다..
오븐에 넣기 전, 마지막 단계인 짤주머니에 반죽을 넣어 짜는 과정은 더 까다롭고 힘이 들었다. 팬에 장미모양과 ‘8’ 모양으로 일정한 모양과 크기로 짜야했는데, 짤주머니로 반죽을 짤 때 예상했던 것보다 힘을 많이 주어야 했다. 이미 힘이 든 상태에서 더 힘을 주려니 손과 팔이 부들거렸다. 이 순간만큼 근육이 절실했던 적이 있을까..
‘이제부터 근력 운동이다!!’
내일이면 까먹을 다짐을 한 번 해보고 다시 팬닝에 집중하였다.
반죽을 다 사용해 팬닝을 끝내고 예열된 오븐에 넣었다. 220도/140도. 10분 후 뒤집어서 3분 더 굽기.
기다리는 동안 설거지와 뒷정리를 했다. 누가 카페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아니랄까봐 일사천리하게 움직여 금방 끝낼 수 있었다.
다 구워진 것을 꺼내니 갓 구운 쿠키의 향긋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갓 구운 건 못 참지!”
당장 하나 집어 먹고 싶었지만 조금 식힌 다음에 먹는 게 맛있다고 해서 대충 바람을 내어 식힌 후 먹어보았다. 맛은 있는데 생각보다 뻑뻑한 식감이었다.
‘아메리카노 챙겨 오길 정말 잘했다..’라 생각하며 목을 축였다.
나도 나름 모양면에선 자신 있었는데 잘 구워진 것을 보니 내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내 것은 쿠키 반죽의 두께가 달라 탄 부분이나 덜 익은 부분이 있었고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그래도 사실 실망감보다는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이 더 컸다. 힘든 작업이 드디어 끝난 것도 좋았지만 잘 만든 쿠키에 대한 기대는커녕 ‘초보자가 이만큼이면 엄청 잘한 거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업을 들으며 잘해야겠다는 압박감에 스트레스받고 싶진 않았다.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쌓는 과정에 이왕이면 즐겁고 재밌고 싶다. 몸이 힘든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지만..
만든 쿠키를 포장하고 강의실을 정리하고 보니 어느새 퇴실할 시간이 되었다. 시간에 신경 쓰지 않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게 오랜만이라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간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등이 굽어진 자세로 열심히 반죽을 치댄 후유증이 이제야 올라온다. 그만큼 재밌는 시간을 보냈단 증거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