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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갱 Jun 20. 2022

제과기능사 자격증반 이야기 #1

제과기능사 실기반 첫날


 이왕 베이커리 카페에서 일하는 겸 뭔가 관련된 것을 공부하고 싶었다. 겸사겸사 그림 그릴 소재도 얻으면 좋고..

 그렇게 주변에 제과에 관심 있는 지인들과 함께 제과기능사 자격증반을 등록하여 6월 15일 수강을 시작했다.


 첫날 만들게 된 것은 버터 쿠키. 사실 쿠키는 다른 과자들보다는 익숙하고 쉽게 느껴진다. 레시피도 간단하고 집에서 몇 번 만든 적이 있다. 물론 맛이나 모양은 좀 엉성했지만.. 아니면 어렸을 때 유치원에서 만들어 보았던 추억 덕분일지도…?


필요한 재료들 계량 완료!


 계량을 끝낸 재료들을 섞고 짤주머니로 모양을 내면 끝난다. 만드는 과정 자체는 간단했지만 생각지도 못함 부분에서 너무 힘들었다.

 계량한 재료들을 휘퍼를 이용해 섞어주는데 휘퍼를 잘 못 쓰고 있는 건지 아니면 힘이 없는 건지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큰 것 같다..) 반죽 섞는데만 온 힘을 쏟아내었다..

 문득 베이커리 주방에서 근무하는 지인들의 모습이 스쳤다. 대단한 사람들이었어..


온 힘을 다해 섞어낸 쿠키 반죽

 있는 힘 없는 힘 짜내어 드디어 반죽을 완성했다. 가루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섞어야 하는데 반죽이 점점 질척해져서 이미 힘든 상태임에도 더 세게 저어야 했다.. 사실 이땐, ‘이것만 끝내면 이제 힘든 건 없겠지?’ 생각해 온 힘을 쏟아냈거늘.. 오산이었다..


 오븐에 넣기 전, 마지막 단계인 짤주머니에 반죽을 넣어 짜는 과정은 더 까다롭고 힘이 들었다. 팬에 장미모양과 ‘8’ 모양으로 일정한 모양과 크기로 짜야했는데, 짤주머니로 반죽을 짤 때 예상했던 것보다 힘을 많이 주어야 했다. 이미 힘이 든 상태에서 더 힘을 주려니 손과 팔이 부들거렸다. 이 순간만큼 근육이 절실했던 적이 있을까..

‘이제부터 근력 운동이다!!’

내일이면 까먹을 다짐을 한 번 해보고 다시 팬닝에 집중하였다.


 반죽을 다 사용해 팬닝을 끝내고 예열된 오븐에 넣었다. 220도/140도. 10분 후 뒤집어서 3분 더 굽기.

기다리는 동안 설거지와 뒷정리를 했다. 누가 카페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아니랄까봐 일사천리하게 움직여 금방 끝낼 수 있었다.


 다 구워진 것을 꺼내니 갓 구운 쿠키의 향긋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갓 구운 건 못 참지!”


 당장 하나 집어 먹고 싶었지만 조금 식힌 다음에 먹는 게 맛있다고 해서 대충 바람을 내어 식힌 후 먹어보았다. 맛은 있는데 생각보다 뻑뻑한 식감이었다.

‘아메리카노 챙겨 오길 정말 잘했다..’라 생각하며 목을 축였다.


제일 이쁘게 나온 쿠키. 아쉽게도 내 것이 아닌 지인 작품..

 나도 나름 모양면에선 자신 있었는데 잘 구워진 것을 보니 내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내 것은 쿠키 반죽의 두께가 달라 탄 부분이나 덜 익은 부분이 있었고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그래도 사실 실망감보다는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이 더 컸다. 힘든 작업이 드디어 끝난 것도 좋았지만 잘 만든 쿠키에 대한 기대는커녕 ‘초보자가 이만큼이면 엄청 잘한 거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업을 들으며 잘해야겠다는 압박감에 스트레스받고 싶진 않았다.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쌓는 과정에 이왕이면 즐겁고 재밌고 싶다. 몸이 힘든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지만..

 

 만든 쿠키를 포장하고 강의실을 정리하고 보니 어느새 퇴실할 시간이 되었다. 시간에 신경 쓰지 않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게 오랜만이라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간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등이 굽어진 자세로 열심히 반죽을 치댄 후유증이 이제야 올라온다. 그만큼 재밌는 시간을 보냈단 증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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