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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ha Oct 16. 2016

이탈리아#1 첫날은 베네치아에서

Bring home a piece of Italy - 2014년, 봄

2014년 3월의 마지막 날, 그날따라 자꾸만 한 페이지 뒤의 달력이 시선을 잡아당겼다. 징검다리 연휴가 5일, 온전히 남아있는 내 두 번째 리프레쉬를 반만 투자하면 무려 12일 치 휴가가 완성된다. 한 달도 채 안 남은 데다가 내가 연휴면 남들도 연휴인 법이니 가격도 비싸고 사람도 북적일 게 뻔해 계속 망설였지만, 이상하게 그 날만은 마음이 자꾸 싱숭생숭했다. 결국 대강 일정에 맞을 것 같은 비행기 티켓을, 그것도 평소보다 비싼 그 티켓을 구매했다. 구매-결제 버튼을 한번 누르기 시작하니 점점 망설임은 줄어들고 가속은 붙어 숙소 예약도 클리어!


그리고 한 달여 지난 4월 24일, 두바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와인과 수면팩으로 무장하고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경유지인 두바이 공항에서 면세점을 신나게 누비다가, 다시 또 쿨쿨 모드에 빠졌다가 도착한 곳은 베네치아. 아담한 마르코폴로 공항을 벗어나 강렬하게 "베네찌~~아" 외치는 기사 아저씨의 버스에 냉큼 올랐다. 이내 곧 버스는 육지와 섬을 잇는 유일한 다리로 접어들었고 왼편에는 산타루치아 역으로 향하는 기차가, 오른편에는 넓게 펼쳐진 바다가 나타났다. 아, 이제 정말 베네치아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려는데 여권이 보이질 않는다. 결국 로비에서 캐리어를 죄다 뒤지는 난장판 연출. 겨우 여권을 찾아 체크인하고,  반나절 지나버린 하루가 아쉬워 바로 산보를 나섰다. 


Fritto in에서 따끈따끈한 새우/오징어 튀김을 사들고, 오물거리며 두리번거리길 한참. 리알토 다리 위는 저녁노을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덩달아 나도 다리 난간에 기대 잠시 하늘 구경.

다시 걸음을 놀려 좁고 꼬부라진 골목을 걷고 또 걷던 중 갑자기 시원한 바람과 함께 눈 앞이 환해졌다. 우와우와 절로 나오는 탄성을 그대로 내뱉으며 폴짝폴짝 산마르코 광장으로. 마침 도착한 날이 산마르코 축일이었다. 광장에 들어서던 순간, 하늘빛 하늘과 물빛 바다와 기분 좋게 불어오던 바람은 앞으로도 좀처럼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광장 한편에 있는 두칼레 궁전과 탄식의 다리는 내일을 기약하며 밖에서만 힐끔힐끔.

베네치아를 걸어서 반 바퀴 돌았으니, 이번엔 바포레토에 몸을 싣고 대운하를 따라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 보기로 했다. 해가 질수록 하늘은 로맨틱해지고, 운하 양옆의 건물이 하나둘 불을 밝히자 바닷물은 그 빛을 받아 반짝반짝 일렁일렁.


늦은 점심 겸 저녁으로 피자 한 조각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방문을 여니 카사노바도 즐겨 썼다는 가면, 바우타(Bauta) 모양의 초콜릿이 나를 맞이한다. 여기는 "오라, 계속해서 오라'라고 인사하는 베네치아라고. 여기 이 곳, 베네치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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