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by 양희수

술에 취해 집에 갈 때마다 골목으로 들어가고 싶어 죽겠습니다.


골목을 타고 녹색 대문과 길 고양이 집 사이로 들어가면 예전에 우리가 살던 집이 나옵니다.


각자의 집으로 주소를 알려주지 않고 헤어졌습니다.


취하지 않았을 때 어떤 노래도 들리지 않는데 꼭 소주 두 병만 마시면 노래가 들려 그 집 앞으로 갑니다.


네가 거짓말한 거고 그 집에 살 것 같아서 혹은 너도 취해서 그 집 앞으로 올 것 같아서 혹은 나를 기다리는 쪽지가 우리의 집 열쇠를 숨겨 놓은 화분 밑에 있을 것 같아서 가득한 미련을 품고 집 앞에 쭈그려 앉아 담배를 한대 피우고 돌아옵니다.


그러나 오늘은 곧장 집으로 우리의 집 말고 내가 혼자 사는 집으로 갈 예정입니다.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 골목에서 노래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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