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by 양희수

세상의 풀들이 짧아져

넓적한 앞니로 꼬집고 발굽으로 땅을 파 풀뿌리를 먹는

턱 밑에 흐르는 수염이 세상과 반대 방향으로 길어지는

달이 앉은 눈이 좁고 넓어지기를 반복해 수가 다 채워질 때

하늘을 가리는 언덕 너머 수염이 피어오른다

곡식을 태우는 향

가늠할 수 없이 먼 길을 가깝게 만든다

그믐달을 엉덩이 밑에 깔며 달린다

불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마른풀은 검은 재 속에서 빨갛게 눈을 떨고 있다


매애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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