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by 양희수

어제는 어깨와 어깨를 잇는 무지개가 떠 멈춰진 걸음을 만들었던 다리 위로 매연이 내려 오늘부터 카나리아를 살게 했다 지겨워지는 고통은 어디서 오는지 알고 있음에도 해결이 되지 않아 눈길의 끝에 불 꺼진 등대가 서울 한 복판에 서있다 '철거 불가'라 적어 놓은 플래카드는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있어 도시에 붙여 놓은 부적처럼 그 밑을 지날 갈 때마다 되뇌며 어금니를 시리게 만든다 선물 받은 화분에 언제 피어날지 모를 씨앗을 심고 새싹을 기다리는 기분 유쾌하지도 우울하지도 않아 변기에 앉아 어제에서 밀려오는 양식을 받아낸다 거칠어도 매끄러워도 이름은 변하지 않는다 삿되다 비판해도 무너질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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