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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수 Dec 14. 2023

찬바람

요즘 겨울은 춥지 않아서 걱정인 동시에 기세가 등등해져서 허리를 곧게 펴고 다닌다

휑한 목으로 겨울바람이 들어서지만 춥지 않으니깐 겨울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겨울이 춥지 않아서 기세등등한 자세로 다니지만 다시 추워지면 이내 몸을 움츠려든다

고개는 바닥으로 처박고 허리를 구부려 뒤에 있는 사람은 내 뒤통수를 볼 수가 없다

보도블록 바닥은 gps가 되어 어디쯤 왔는지 알 수 있고 앞사람을 바람막이 삼아 걷는다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겨울이 따뜻해졌을 뿐 

찬바람이 불고 겨울이 추워지면 목도리를 하고 두꺼운 패딩을 입고 그 안에 옷을 껴입는다

다시 기세가 등등해지지만 그것은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단지 옷을 따뜻하게 입을 뿐 

찬바람은 집안에 있어도 불어오고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말도 못 하게 불어온다

다시 찬바람 따위는 까먹고 기세등등하게 다리를 꼬고 벌거벗은 모습으로 기세등등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그저 쉽게 기세등등해지는 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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