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겨울은 춥지 않아서 걱정인 동시에 기세가 등등해져서 허리를 곧게 펴고 다닌다
휑한 목으로 겨울바람이 들어서지만 춥지 않으니깐 겨울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겨울이 춥지 않아서 기세등등한 자세로 다니지만 다시 추워지면 이내 몸을 움츠려든다
고개는 바닥으로 처박고 허리를 구부려 뒤에 있는 사람은 내 뒤통수를 볼 수가 없다
보도블록 바닥은 gps가 되어 어디쯤 왔는지 알 수 있고 앞사람을 바람막이 삼아 걷는다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겨울이 따뜻해졌을 뿐
찬바람이 불고 겨울이 추워지면 목도리를 하고 두꺼운 패딩을 입고 그 안에 옷을 껴입는다
다시 기세가 등등해지지만 그것은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단지 옷을 따뜻하게 입을 뿐
찬바람은 집안에 있어도 불어오고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말도 못 하게 불어온다
다시 찬바람 따위는 까먹고 기세등등하게 다리를 꼬고 벌거벗은 모습으로 기세등등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그저 쉽게 기세등등해지는 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