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프다. 어머니는 슬퍼하고 누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낸다. 나는 가족들과 떨어져 산다. 자주 연락을 하는 편은 아니고 어머니가 먼저 전화가 와서 잔소리를 하면 그때서야 몇 번 연락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 골수암이었고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한 영화의 장면 안으로 몸이 가라앉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 아버지를 찾아뵀을 때 아버지는 내가 알던 모습에서 반쪽이 떨어져 나가 있는 모습이었다. 많이 마른 우리 어머니의 몸만큼, 60대 여자의 연약함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마르고 약해 보였다. 아버지를 마지막에 뵀을 때 나를 대하는 표정과 같은 아버지, "아직은 괜찮다."는 아버지, "아직은"이라고 한번 더 꼬집어 말하는 아버지, 걱정되는 아버지 그리고 문에 기대어 우리 둘을 바라보는 누나와 어머니. 아버지를 방에 두고 어머니는 나와 대화하는 내내 눈물을 흘리셨다. 그러던 중간에 나도 눈물을 흘렸다. 둘은 같이 무너졌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는 내 무릎에 앉아서 쓰다듬을 바라고 있다. 누나는 자기 방에 들어가 노트북을 보고 있다. 아버지는 내가 살던 그 방에서 짧은 머리를 하고 바짝 마른 몸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다. 이 집은 항상 중력이 더 강했다. 이 행성에 중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곳이었다. 어머니가 가장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말은 그렇게 안 하시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이 된다. 누나도 많이 울었겠지. 내가 가장 울지 않은 것 같다. 왜 그럴까.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가 보다. 아프셔도 항상 표정을 유지하는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