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을 목발이라 부르자

by 양희수

겁쟁이 방랑자여 이제 헤매는 것을 거두어라
먹고 마신 음식과 물이 자기의 길임을 깨닫고 공허한 눈길로 걸어라
목발 없이 한 걸음도 못 떼는 자들을 보아라
자신들 만의 성을 쌓아 놓고 파멸을 향한 고립을 주도하고 있나니
그들이 성을 원한다면 기꺼이 줄 것이고 세상도 원한다면 기꺼이 줄 것이다
나는 쥘 수 없는 것을 기꺼이 인정하겠노라

겁쟁이 방랑자여 아니 선지자여
어떠한 신도 어떠한 철학도 명백히 존재하나 믿지 않고 따르지 않을 것이다
나무 위에 앉아있던 죽은 생물에게 절을 멈추고
미개한 신들은 뒤편에 물러 앉아 뿌리를 따라 돕는다

육을 덮어쓴 혼들이여 문을 열고 목발로 불을 피워 빠짐없이 연옥을 따뜻하게 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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