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연속에서 특별함

by 양희수

바다에 터를 잡고 서울살이 하던 집값을 떼어 개 짖는 소리와 일찍 해가 지는 길 옆 낮은 집을 샀다. 마을 사람들이 기웃대는 것 말고 나쁜 것 없는 곳에서 삶의 값을 매기니 아직 갈 길이 멀게 느껴지는 시인은 발가락에 낀 밥풀을 손가락으로 떼어 입에 가지런히 놓는다. 고기 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우길래 아내가 저녁밥을 준비하는 것 같아 도울 일이 없나 나가보았다.


빨간 피부를 가진 남자가 아내를 겁탈하려고 하기에 한 뜀에 달려들어 식칼을 뽑아 들고 반으로 갈라버리니 피가 솟구쳐 내 몸에 빨간 칠을 해버렸다. 아내는 눈 꽉 감고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소리만 꽥꽥 지르다가 손등으로 눈을 닦고 슬며시 눈을 떴다. 오해를 하기를 빨간 피부가 그대로 살아있고 내가 갈라져 버린 시체 꼴이라 생각해 주저 앉으며 기절한다. 나는 당혹감과 마을 사람들이 어느새 집 앞에 모여 수군대는 소리에 겁을 먹고 담을 넘어 바다로 헤엄쳐 죄인들의 나라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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