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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Aug 26. 2024

대하소설 <토지> 함께 읽어요

완간 30주년을 기념하며

독서 모임에서 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한 동안 자기 계발서와 같은 실용서만 탐닉하며 소설책을 멀리했던 나. 그런데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니 스토리 따라가는 맛이 예술이다. 아마도 고전 명작을 읽어서겠지만 말이다. 지난달에는 <부활>을 읽었는데 이번 달부터는 <토지>를 함께 읽는다. <부활>의 경우, 러시아 특유의 길고 긴 이름과의 사투를 벌였었다. 그런데 <토지>는 사투리와 익숙지 않은 단어들이 나와 해석이 잘 안 되기도 하지만 스토리 전개만큼은 몰입감이 엄청나다. 그래서 책장을 훌훌 넘기게 된다. 아, 등장인물이 너무 많은 관계로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인물 관계도를 그리고 있다는 건 안 비밀!


처음에 박경리 작가님의 <토지>를 읽기로 했을 때 전집을 살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20권이나 되는 책을 사기엔 가격이 비싸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책장 수납공간이 없어서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집은 아이 책으로 꽉꽉 차있다. 이 정도도 그나마 나와 남편의 책을 각자의 집으로 옮겼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새로이 내 전집을 덜컥 들이기가 부담이 됐었다.


그래도 종이책이 마려워 당근 마켓을 기웃거리며 중고를 알아보긴 했지만 그다지 마음에 드는 매물이 나오지 않았던 찰나. 밀리의 서재에서 한 달 무료 이벤트를 발견하고, 가입해서 1권을 읽는 중이다. 그런데 두 번째 달부터는 9,900원의 이용료가 어차피 발생하니... 다시 전집을 살지 여부에 대한 고민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참으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나의 마음이다. 종이책으로 보면 밑줄도 자유롭게 그을 수 있고, 메모도 남길 수 있으니 그 장점을 무시할 수가 없더라. 참고로 밀리의 서재로 읽으면,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클릭으로 바로 DAUM 국어사전 페이지로 연결이 되어 편리하긴 하다. 그런데 내가 검색한 단어가 저장되지 않으니 뜻을 찾고 그냥 휘발되는 느낌? 검색한 단어가 리스트업 되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드라마 <토지> DAUM 검색



독서 모임 회원님께서 유튜브에 <토지> 드라마가 있다며 링크를 보내주셨다. 1부를 정주행 할 생각은 없었는데 앉은자리에서 다 봐버렸다. 스토리가 스포 될까 봐 드라마를 중간에 멈출까도 해봤지만 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소설로 읽는 맛은 또 다르니 괜찮다. 내용을 알고 책을 읽어도 묘사가 주옥같고, 전개가 흥미진진할 뿐이다. 가끔 독서 모임 단톡방에서도 의도치 않게 아주아주 조금씩 스포일러가 올라오는데 그래도 전혀 개의치가 않다. 함께 생각을 나누며 읽는 빅재미가 있으니 말이다.



월선이 그 년도 예사 년이 아니구마. 개 눈깔 같은 눈깔 머가 좋아서 이서방이 반했일꼬?
(토지 1권 1편의 13장 중에서)



오늘 아침 문득 책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 생겼다. 과연 "개 눈깔"이라는 것이 어떤 눈을 말하는 것인가? 지난번 <부활>에서는 여주인공 카츄사가 '사시'라는 언급이 아주 많았었다. 예쁘고 매력적인 영혼의 소유자인 그녀에게 '눈이 사시'라는 점이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 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 답답함이 남아 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토지>에서는 잘생긴 남자 용이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어오는 여자 월선이가 개의 눈을 지녔다니... 그 뜻이 너무 궁금하고 정확히 알고 싶은 집념이 생겼다. 검색을 해봐도 도무지 해답을 찾을 수 없어서 독서 모임 단톡방에 그 의미를 여쭤보았다.



'개눈깔'을 추론 중인 대화방


 

개눈깔이란,

 남에게 적의를 가지고 째려보는 눈 (나무위키)

잘 보지 못하는 눈 (네이버 국어사전)

눈동자가 황색의 색깔을 가진 눈 (문맥상)

얕잡아 이르는 말로 붙여진 접두사 (문맥상)



회원님들께서 이렇게 추론을 해주셨다. 뒷부분을 더 읽어보면 정확한 답이 나오겠지만, 황색 눈동자라는 설명이 가장 맞는 듯하다. 나는 궁금증이 해소되어 마음이 후련해졌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 분들께 감사했다. 이렇게 <토지> 완독의 대장정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고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랄까.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옛 아프리카 속담에,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우리는 무려 20권이라는 대장정을 함께 하고 있으니 완주는 문제없을 것이다. 나도 다른 회원님들께 하나라도 더 도움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책을 읽어봐야겠다.



토지 완간 30주년 기념 전시회




대하소설 <토지>는 박경리 작가님이 1969년부터 25년 간 집필하여 1994년에 완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는 완간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민족의 역사와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이 기록물의 30주년을 기념하고, 이렇게나마 탐독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하루하루 페이지를 넘겨가며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만날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돈의문 박물관에서 열리는 기념 전시에도 꼭 가봐야겠다.


나는 이렇게 독자로서 <토지> 완간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며, 그저 박경리 작가님께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리고 이런 명작을 읽는 기쁨을 더 많은 분들이 누리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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