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수수께끼
아직은 소리 없이, 결말이 어떻게 날 것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사태를 관망할 밖에 없는 최참판댁 하인들은, 그러나 다 같이 미묘한 갈등 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
6장 마을 아낙들
일 속에 파묻혀 사는 농촌 아낙들, 그중에서 과부라든가 내외간의 정분이 없는 여자들에게 야릇한 심화를 일게 하는 만큼 용이는 잘난 남자였고, 그 같은 잘난 남자를 지아비로 삼은 강청댁은 불행할 수밖에 없는 여자였다.
7장 상민 윤보와 중인 문의원
"늙어 뱅들어 죽는거사 용상에 앉은 임금이나 막살이하는 내나 매일반이라. 내사 머엇을 믿는 사람은 아니다마는 사는 재미는 맘속에 있다 그 말이지. 두 활개 치고 훨훨 댕기는 기이 나는 젤 좋더마."
"글공부를 했느냐? (중략) 안 하면 잊어버린다."
11장 개명 양반
물은 아래로 흐르게 마련이더라고, 하인들의 투를 보아 조준구는 윤씨부인이나 최치수에게 반가운 손님은 아닌 듯싶다.
원래 예의범절이란 편리한 거는 못 되는 게요. 윤리 도덕이라는 것도 거추장스러운 거지요,
허한 구석이 있어야, (중략) 막는 힘이 약할 것 같으면 밀고 나오는 게요, 아우성을 치면서. 천대받는 놈치고 약지 않은 놈 보았소?
12장 꿈속의 수미산
길상: 그 수미산에 가믄 말입니다. 은금보화로 말짱 집을 맨들아놨다 캅디다.
서희의 마음이 자란 것이다. 슬픔은, 다른 아이들에게 보다 그에게 더 많은 지혜를 주었던 것이다.
13장 무녀
하늘에서는 눈보라 같이 별이 쏟아져 내려왔다. 쏟아지는 별들은 반공중에서 제각기 맴을 돈다. 그러나 그것은 별이 아니었다. 월선의 눈에서 튀는 어지러운 불꽃이었고 뛰는 가슴과 현기에서 오는 불꽃의 난무였다.
숲에서의 뻐꾸기 소리 뿐이었다.
14장 악당과 마녀
운이란 본시 변덕스러워서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는 법이 없다.
황금의 더미가 소리도 없이 무너져서 흐트러져가는 것 같았고 희한한 꿈을 깨고 나서 늙은이 뼉다구 같은 천장의 서까래를 바라보는 허무한 마음, 그러나 절망은 아니었다.
15장 첫 논쟁
치수의 압력에 눌리다 보면 무엇이든 지껄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 답답함을 느낀다.
농민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농민들은 또한 권위에 대한 숭배가 지극한 생리를 지니고 있다. (중략) 오만하고 조금치의 접근도 불허하는 양반의 권위의식 때문에 숭배하는 것이다.
17장 습격
논가 도랑물에 잠긴 달이 강청댁을 따라온다.
끝없이 굽이진 강물과 들판과 숲을 따라, 강물에 잠긴, 때론 도랑물에 잠긴 달이 아까보다 빠르게 강청댁을 뒤쫓아가고 있었으며...
(습격 후)
강청댁은 날듯 달려간다.
19장 사자
옛날에 소금장수가 예쁜 각실 데리고 달아났대.
엉금엉금 기어가는 벌한테 개미 네댓 마리가 덤벼드는 것이다. (... ) 잔인하고 무서운 아귀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누더기 꼴의 두꺼비를 걷어찬다. 누리탱탱한 배 바닥을 드러내고 저만큼 나가떨어졌던 두꺼비는 몸을 뒤집더니 다시 엉금엉금 기어간다.
1장 사라진 여자
남과 같이 잠잘 생각 말고 읽었던 글 다시 읽고 썼던 글 다시 쓰고, 그러면 차츰 이치를 알게 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