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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혜영 Jun 01. 2017

멀리 더 멀리

-처음 글쓰기-

멀리 더 멀리 바라보기


허름한 벽에 그려진 갈매기는 뭘 하고 있을까?


한 장의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이 여러 갈래로 나뉜다. 누군가는 사진에서 벽 속에 갇힌 우울을 떠올리고 다른 누군가는 하늘로 비상하는 꿈을 연상한다. 어느 한쪽의 말이 맞다고 다른 쪽은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사진은 그냥 갈매기 한마리일뿐이고, 갈매기가 뭘 하는 지는 그린 사람밖에 알 수 없는 것이니까. 


중요한 것은 사진 보기를 마친 다음이다. 누군가는 지나온 수많은 풍광처럼 금방 잊어버리고, 다른 누군가는 잔상을 잊지 않고 글이나 그림으로 남긴다. 일상이 예술로 변하는 찰나다.


보통 글을 쓴다고 하면 보고, 듣고, 겪은 것을 적는 것으로 시작하려 한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일기를 꼬박꼬박 쓰고, 작가가 되려면 스치는 모든 풍경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된다고 배웠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요새 한창 유행하는 SNS를 보면 작가보다 더 세세하고 아름답게 일상을 기록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럼 그렇게 기록하는 모든 사람이 작가인걸까? 그 역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작가와 일반인의 차이가 근소한 경우엔 더더욱.


만약 내가 남들과 다른 글을 쓰고 싶다면, 이를테면 작가가 되겠다면 겪은 일을 쓰기보다 겪고 싶은 일을 쓰는 것을 즐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눈 앞보다 먼 곳을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가 일년에 반 이상을 여행한다해도 평생 지구를 다 돌아볼 수 없다. 하물며 지구의 몇 만배는 크고도 남을 우주를 돌아볼 기회는 생전에 단 한번도 오지 못할 확률이 높다. 


작가는 눈 앞의 현장을 쓰는 사람에 그쳐서는 안된다. 현장 너머 앞으로 변할 모습을 상상하고, 현장에 감춰진 속내를 파헤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멀리 더멀리 바라보고 생각하고 상상해야만 한다. 겪는 일을 쓰는 것은 일기일 뿐이다. 일기는 스스로에게 하는 독백이고, 자기만 봐야 하는 글이다. 일기가 아닌 독자가 공유할만한 글을 쓰는 일의 시작은 '멀리 더 멀리' 바라보는 것이다.



(창작에 대한 사적인 생각을 적는 공간입니다. 지나친 오해나 편견 갖지 말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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