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가장 마지막 호명은 올해의 음반 ‘추다혜차지스’의 [소수민족] 이었습니다. 2025년 6월 13일 발매한 이 앨범은 이번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반 수상과 함께 수록곡 ‘허쎄’가 ‘최우수 알앤비&소울-노래’ 부분을 수상하며 2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추다혜차지스 정규 2집 [소수민족]에 대해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정병욱은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40분 남짓의 러닝타임 안에 ‘무가(巫歌)’라는 생소한 음악, 예술 양식을 전통 장식이 아닌 오늘의 언어와 스타일로 되살렸다. 전작의 구성에 트럼펫, 색소폰이 추가된 중반부 트랙의 편성은, 리듬의 골격을 넓히되 추다혜차지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개성으로써 보컬의 매력과 기묘한 분위기를 더 또렷하게 비추고, 라이브를 중시한 녹음으로 정교한 밀도와 에너제틱한 현장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소수민족]은 모두 9곡 중 세 개의 타이틀곡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번 트랙 ‘작두’, 3번 트랙 ‘좋다 잘한다 좋다’, 그리고 ‘최우수 알앤비&소울-노래’ 부분을 수상한 7번 트랙 ‘허쎄’까지 트리플 타이틀입니다. 이 중에서 ‘허쎄’는 제주의 무가인 ‘푸다시’에 모티브를 둔 곡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주에는 1만 8천 신이 내려와 있습니다. 섬에, 마을에, 집에, 어디에나 신이 있습니다. 바다를 이용해야 하는 섬에서, 자연의 무서움을 아는 섬에서 초자연적인 힘에 의지하는 모습은 어색한 장면이 아닙니다.
프랑스 역사학자이자, 아날학파 1세대 뤼시앵 페브르는 지중해에 접해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에 나타나는 생활 종교의 모습을 보고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바다 사람들에게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 사이의 교류는 늘 정상적(normal)이었고, 지속적이었다. 그들은 우주에 대한 신비적인 비전, 보편적인 비전을 갖고 있었다.”
초자연적인 무엇을 믿는 제주의 모습은 지구 반대편에서도 똑같이 보이고, 역사학자의 시선에서는 이런 모습이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비정상이 아닌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었습니다.
1만 8천의 숫자는 절대적인 수라기 보다는 상징적인 숫자입니다. 이 섬에는 그만큼 많은 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의 많은 이야기도 남아 있습니다. 제주의 굿에서 우리는 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신의 이야기는 심방(무당)에 의해 구전으로 전해집니다. 제주의 굿에서 펼쳐지는 심방의 행위에서 우리는 많은 신의 이야기, 신의 많은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심방에 의해 시의 형태로 또는 노래의 형태로 읊어지며, 신을 불러오고, 내력을 풀어내고, 대접하고, 잘 보냅니다. 굿은 제주의 신화를 살아 숨 쉬게 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제주의 굿은 여러 제차(순서)가 이어지며 완성됩니다. 굿판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질서를 가지고 진행됩니다. 관세우, 배포도업침, 날과국섬김, 연유닦음, 군문열림, 분부사룀, 주잔넘김, 새도림, 도레둘러맴, 신청궤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제주굿의 제차는 신을 청해 굿판에 모셔 오고, 신의 내력을 노래로 풀어내며, 인간의 사연을 신에게 전하고, 다시 신을 보내는 과정입니다.
굿의 제차 중에서 ‘푸다시’라고 불리는 차례가 있습니다. 푸다시는 나쁜 기운이나 잡귀를 몸에서 떼어내어 멀리 쫓아버리는 행위입니다. 주로 ‘새도림’ 뒤에 이어지는데, 새도림은 신이 내려오는 길과 굿하는 장소, 사람들에게 있는 부정한 것을 씻어내는 제차입니다. 새도림과 함께 몸을 아프게 하는 병, 마음의 부정까지 쫓아내는 푸다시는 굿판에서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정화와 부정을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푸다시를 하는 도중 심방은 ‘허쎄(허쉬), 허쎄(허쉬)’하며, 소리칩니다. 무서울 정도로 강한 말투로 뱉어내는 이 단어는 들러붙은 잡귀를 쫓아내는 주문입니다. 귀신을 도망가게 만드는 극적인 장면은 추다혜차지스 [소수민족]의 타이틀곡 ‘허쎄’의 모티브가 됩니다.
시작부터 압도하는 리듬을 타고 치고 나오는 외침 ‘허! 허! 허쎄!’는 분명 익숙한 음악은 아니지만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보컬 추다혜의 마지막 주문이 끝나는 순간, 3분 14초의 시간 동안 나를 둘러싼 부정을 씻어 버렸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추다혜차지스는 2020년 정규 1집 [오늘 밤 당산나무 아래서] 이후 5년 만에 정규 2집 [소수민족]을 발표했습니다. “국악 안에서도 민요, 그중에서도 북한의 서도민요, 그리고 전통음악으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무가까지 해오면서 늘 스스로를 ‘소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강인함과 생명력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추다혜차지스 보컬 추다혜)
제주의 문화 중에 제주굿, 굿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행위와 그 의미는 ’현대의 종교’가 섬에 들어오면서 소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섬 깊숙한 곳에서 여전히 강한 힘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소수’ 제주의 굿은 추다혜차지스와 만나 숨겨왔던 에너지를 뿜어냈습니다. 그리고 한국 대중음악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무속은 본래 공동체를 하나로 모으는 신앙이자, 굿과 무가를 통해 집단적 황홀경과 치유를 이끌어내는 예술이었다. 추다혜차지스의 ‘허쎄’는 이러한 무속의 기능을 오늘의 음악 언어로 되살린 곡으로, 제주 무가 푸다시에 모티브를 두고 미국 브롱스에서 탄생한 힙합의 요소를 결합한다.
마을 일원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잡귀를 쫓아내고자 불리던 푸다시와, 제도와 정책에서 소외된 커뮤니티의 현실에 응답해온 힙합은 모두 공동체의 필요에서 비롯된 음악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허허 허쎄’라는 반복되는 구호는 무가와 리듬 앤 블루스, 소울, 그리고 힙합에 공통으로 흐르는 공동체적 영성을 호출하고, 빠른 리듬과 복합적인 사운드는 장르와 동서양, 현실과 영적 영역의 경계를 흐트러뜨린다.
이러한 방식은 샤머니즘을 과거의 전통으로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참여와 몰입의 예술로 현재화한다는 점에서 백남준이 작품을 통해 보여준 사유와도 맞닿아 있다. 이처럼 ‘허쎄’는 음악이 여전히 사람과 사람, 문명과 문명을 가로막아온 간극을 다시 잇고, 연결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동시대의 굿으로 남을 올해의 노래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최승인)
한국대중음악상 koreanmusicawards.com
문무병, 『제주 큰굿 자료집 1』, 황금알, 2019.
김헌선 외, 『제주신화 본풀이를 만나다』, 도서출판 각,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