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지연 Jul 17. 2024

어느덧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외아들을 얻기까지

저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한 명 키우고 있어요.

매우 어렵게 얻은 아들이지요.

결혼을 하기 전 자궁 관련 질환으로 수술을 하고 2세를 가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결혼을 하자마자 바로 임신을 준비하였어요. 

하지만 역시 1년 동안 자연임신이 안되었고, 바로 난임병원을 찾아가 난임 검사를 해보았어요.

난임 검사 결과에서도 자연임신이 어렵다고 하였고, 인공수정도 성공률이 희박하다고 하여 시험관을 바로 실시하게 되었어요.

시험관 시술만 하면 아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 기대는 매번 무너졌어요.

다행히 난자는 많이 채취되고, 수정란도 잘 배양되었지만 착상이 안되었어요.

원인도 알 수 없었어요.

그렇게 1차, 2차, 3차 ... 총 8차까지 시도하게 되었어요.

원인은 알 수 없고, 그렇기에 운동, 한의원 치료, 영양제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왔어요.

처음 시험관을 시도할 때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시험관 실패가 거듭되고, 시험관 시술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아 결국 퇴사를 결정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마냥 노는 건 받아들이기가 어려웠고, 언젠가 가족을 다루는 전문가가 되고 싶었던 전 학부 전공에 이어서 '가족상담'공부를 해보자고 마음먹게 되었어요.

그렇게 퇴사와 함께 가족상담 전공 석사과정에 입학을 하여 상담 공부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대학원 공부 역시 시험관 시술 과정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 학기만 다니고 바로 휴학을 신청하고 시험관 시술에 매진하였어요.

그래도 계속 실패만 거듭했어요.

매우 힘들고 우울한 시기를 보냈어요.

그때 즈음 국가에서 '난임우울증상담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하여, 그곳의 상담 서비스도 이용해 보았어요.

상담 선생님께서는 제가 상담공부를 하고 있다는 걸 아시고 상담보다는 진로코칭 방향으로 상담 시간을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환경호르몬 다큐를 준비하신다는 SBS 작가님을 알게 되었어요.

원인불명의 난임이었던 저는 환경호르몬이라도 줄여볼까 싶어 SBS 작가님의 환경호르몬 다큐 프로그램에 참가해 보았어요.

식단을 현미밥과 채소로 바꾸고, 집안의 플라스틱 그릇을 모두 유리그릇으로 바꾸고, 화장품 다 끊고, 샴푸와 세제도 끊는 등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를 감당해야 했어요.

난임 시술 비용 및 몸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각종 비용으로 총 약 2500만 원 정도 소요되었던 것 같아요.

그 시기 즈음 정부의 난임 시술 지원금도 끊겨가고, 환경호르몬을 격하게 절제하는 생활도 힘이 들었어요.

다음 시험관 시술을 앞두며, 이번 시술이 '마지막'이라는 다짐이 생겼어요.

그렇게 진정으로 포기하는 마음이 들어서였을까요.

일상 속 환경호르몬을 제약한 것이 효과가 있어서였을까요.

시험관 마지막 시술 여덟 번째에 지금의 아들의 배아가 극적으로 제 자궁 안에 착상을 하게 되었어요.

임신 기간 동안 유산이 될까 걱정이 되어 노심초사하며 아무것도 못하고 지냈어요.

그때 청소년상담사, 임상심리사 자격시험이라도 준비해 놓을 걸 싶지만,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어렵게 제게 와준 아이는 아들이었고, 지금은 어느덧 초등학교 1학년 생이 되었어요.

둘째도 인공적인 시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엄두도 못 내겠어서 둘째는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되었어요.

어린이집 외 양육을 도움받을 아무런 자원이 없는 저였지만 아들을 출산하고 6개월 만에, 휴학한 지 2년 만에 대학원 2학기로 복학을 하였고, 이후 계속 지금까지 상담 공부를 해오고 있어요. 

기관 외 아무 도움이 없이 석사, 박사과정을 거쳐오다 보니 남편과 고군분투하며 양육해 올 수밖에 없어서 남편과 아들의 희생을 시켰고 함께 공부하는 다른 분들에 비해 수련 속도가 늦기는 해요.

그러면서 양육의 공백도 많이 발생하여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참 많아요.

상담을 하며 내담자분들의 심리정서적인 면을 돕고 있으나, 엄마로서는 부족한 점이 참 많아요. 물론 개인으로서도요.

상담하는 엄마로서 아들을 키우는 과정을 글로 남기다 보면 저의 부족함을 인식하여 대안을 생각하게 되고,

정말 어렵게 얻은 아들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아들의 소중함을 더 많은 순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