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유정 Apr 22. 2021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렇게 해보세요

나만 알고 있으려다가 공개합니다

정말 많은 연애를 했지만 막상 돌이켜 보니, 딱 두 가지 유형으로 제 지난 연애를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대시를 '받아' 시작한 연애와 대시를 '해서' 시작한 연애. 저의 경우에는 후자의 비율이 좀 더 높은 것 같네요.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호불호가 뚜렷한 편이라 이성을 판가름할 때에도 뚜렷한 기준을 적용했으니까요. 상대방으로부터 느껴지는 감정을 분명하게 구분했습니다. '보통' 수준이면 그냥 아는 사이로, '호감' 수준이면 친한 친구 사이로 지냈습니다. 연애를 시작하려면 '극호'의 감정이 들어야 했어요. 이를테면 확 꽂히는 느낌이 필요했달까요? 그러니 가만히 앉아서 대시해오는 남자들에게 '극호'의 감정이 생기길 바라는 것보다, 차라리 맘에 드는 남자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편이 나았습니다.


하지만 대시했던 모든 남자와 잘 됐던 것은 아니에요. 실패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상대방의 이상형과 달랐을 수도 있고, 제가 대시했던 시기가 상대방에게 부적절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성공 여부를 떠나, 적어도 대시와 성공&실패를 반복하다 보니 한 가지는 알겠더라고요. 사람 마음은 생각처럼 쉽지 않지만, 차일까 봐 두려워 아무것도 안 하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 그렇다고 우물쭈물하다가 좋은 사람을 놓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오늘 공개합니다. 그동안 제가 어떻게 맘에 드는 사람에게 대시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했는지 말이에요.



♡ 질문은 기다리지 말고 유도하세요

상대방의 카톡이 물음표가 아니라 항상 마침표로 끝난다면, 그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뜻. 뻔한 이야기죠.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질문해주기만을 바라는 건 바보 같은 짓입니다. 궁금하게 만들면 되니까요.


저는 상대방이 제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연락을 했습니다. 연락을 이어가려면 제가 더 많이 질문하는 수밖에 없었고요. 어느 지역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주말엔 보통 뭐하는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너무 나는 질문만 하고 상대방은 답변만 한다면 이런 방법을 씁니다. 제 정보를 일부만 던져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사는지 물어봤는데 'OO역 근처에 산다'는 답변을 받았다면, '그렇구나! 나는 OO역 근처에 살아!'라며 정보를 다 주는 대신 '아~ 우리 집이랑 꽤 가깝네?'라고 반만 대답하는 거죠. 그럼 보통은 어디에 사는지 되물어오거든요. 이런 식으로 한 번씩 질문을 던지는 순서를 상대방에게 넘기다 보면, 실제로 궁금증이 유발되기도 하고 마치 티키타카가 잘 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질문을 유도하려고 해도 상대방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단답을 한다면? 저는 그냥 '귀찮게 자꾸 카톡 하는 여자 1'인 겁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나한테 궁금한 게 없다고? 그럼 쿨하게 마음을 접습니다. 여기서 어떻게든 더 해보겠다고 애쓰면 제 마음이 다치니까요.



♡ 승패는 두 번째 데이트에서 갈립니다

연락하는 동안 서로 호감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데이트 약속이 잡히겠지만, 아직 감정이 쌍방향이 아니라면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해야겠죠. 처음부터 자존심 챙기겠다고 먼저 데이트 신청해주기만을 기다리면... 아무 일도 안 생깁니다. 오히려 그나마 탄력 받았던 연락도 서서히 줄고 결국 좋은 사람을 놓치게 될 거예요.


그러니 비슷한 관심사를 중심으로 용기 있게 데이트를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대학교 신입생 때는 관심 있던 선배에게 학교 옆 산책길에 난 벚꽃을 보고 싶다고 했어요. (같이 보러 갈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고요. 새내기 버프를 노렸던 것 같네요.) 지금 남자친구는 스포츠 동호회에서 만나게 된 터라 연습시켜달라면서 데이트 신청을 했던 것 같네요. 정 겹치는 분야가 없으면 자연스러운 타이밍에 밥 한 끼 먹자고 가볍게 말을 꺼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첫 데이트까지는 힘을 빼고 친구처럼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합니다. 괜히 처음부터 대놓고 호감 표시를 했다가 상대방이 '부담스럽다'는 감정을 느끼면 말짱 꽝이거든요.


여기서 더 중요한 건 두 번째 데이트입니다. 첫 데이트가 끝날 무렵에 다음 약속을 잡아보는 거죠. 첫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 되게 내버려 둘 순 없으니까요. 저는 현 남자친구에게 '게임을 해서 진 사람이 다음에 밥 사주자'며 내기를 신청했습니다. 지든 이기든 다음 데이트로 이어지는 매직! 첫 데이트에서 충분히 호감도를 쌓았다면, 상대방도 두 번째 데이트 약속을 잡는 데에 기꺼이 응해줄 것이고(혹은 얕은 술수라는 걸 알면서도 귀여워서 당해줄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차일피일 약속을 미루거나 거절하겠죠. 여기서 승패가 거의 정해지는 것 같네요. 혹시 이때 상대방이 거절하는 듯한다면, 빠르게 다시 '친구 포지션'으로 돌아가 발을 뺄 수 있는 타이밍이기도 합니다.



♡ 호감이 있다는 걸 잔뜩 티 내세요

연락도 계속 주고받고 한두 번 정도 데이트를 했다면, 그다음부터 저는 좋아하는 마음을 잔뜩 티 냅니다. 모든 관계에 어느 정도의 '밀당'이 필요하다고 믿는 편이지만, 이 타이밍에서 만큼은 '당기는' 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럼 어떻게 티를 내느냐... 이건 제 친구가 많이 써먹었던 방법인데요. 만날 때 마카롱이나 쿠키, 혹은 젤리 같은 예쁜 간식을 선물하는 거예요. 지나가다가 생각나서 샀다는 말도 덧붙이고요. 세상에 선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별건 아니지만 괜히 내 생각을 해준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도 들고요. 간식을 먹을 때 한 번 더 선물해준 사람 생각을 할 테니, 관계가 좀 더 몽글몽글해지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지금 남자친구한테 마카로니 과자(옛날 노래방에서 주는)를 선물했던 기억이 나네요.


꼭 선물이 아니더라도 나름의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해보시길 바랍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썸 단계에서 쭈뼛대면서 계속 제 눈치를 보는 사람보다는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해주는 사람에게 확신이 더 생겼던 것 같아요. 자신감 있는 사람처럼 보여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요.




많은 친구들이 썸과 연애의 길목에서 이런 걱정을 합니다. '연락도 꽤 많이 하는 거 같고, 한두 번 정도 만나기도 했는데, 상대방도 나처럼 연애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걸까?' '친구 사이에도 충분히 이 정도 연락은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김칫국 마시는 건 아닐까?' 하는. 지금 만나고 있는 제 남자친구도 제가 적극적으로 대시해서 만나게 된 사람인지라, 저도 비슷한 걱정을 했던 것 같아요. 섣불리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가 세 발자국 멀어질까 봐요. 또 누구나 가까워지는 속도가 다른데 성급하게 굴었다가 애써 좁혀놨던 마음이 멀어질까 봐요. 그래서 위에 썼던 방법들을 동원해 남자친구도 제게 호감이 있는지 확인했던 것 같습니다. (잘 됐으니 이렇게 글로 쓰지, 실패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글입니다.) 돌다리 두들겨보고 건너듯 적어도 상대방의 마음이 어떤지 여러 번 확인해본다면, 의도치 않게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거나 그로 인해 제가 상처 받는 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연애에 정해진 답은 없으니 오늘 제가 들려드린 이야기는 재미로 들으신 셈 치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연애에 공식을 적용하기 시작하면 마음을 충분히 다 전하기 어렵고 잘 안 됐을 때 후회도 많이 남을 테니까요. 다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은 사람이 아니라 나무에 해당되는 이야기란 점은 명심하시기를!




 양유정

그림 소우주 (instagram@sowoojoo_)



연애 이야기를 메일함에 배달해드립니다 ☞ 여기를 눌러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