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주말에 감자 잘 캐셨나요?
전 4월 2일에 감자 파종 후 84일 만에 조금 이르게 감자를 캐게 되었습니다.
감자는 파종 후 90일은 지나야 한다고 하여 일주일만 더 기다리고 싶었으나 물먹은 감자는 덜 영근 감자보다 맛이 영 없다지요? 아쉽지만 언제 장마가 감자 파종 시기에 맞춰 와주던가요. 당연히 제가 하늘에 맞출 수밖에요.
감자는 땅속에 파묻혀 있기에 파보기 전까진 상상의 영역입니다. 그러니 도토리만 한 감자가 열렸을지, 마동석 배우의 주먹만 한 감자가 열렸을지, 아니 아니 다시요. 그러니까 흙이 부슬부슬 매달린 잔뿌리만 가득할지, 그 어떤 녀석이라도 감자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지는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알 수 없습니다. 호미를 들고 두둑의 양옆을 부수는 순간 84일간의 기다림과 상상의 영역에서 실재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저는 드디어 실재를 마주했답니다.
짠! 감자입니다.
사실 감자는 들이는 노동에 비해 수확의 기쁨을 크게 주는 아주 고마운 작물입니다. 어지간하면 잘 망하지 않기에 매년 잊지 않고 심지요. 이번에도 역시 기쁨을 주렁주렁 달고 왔네요.
감자 밭 땅속에 맹꽁이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맹꽁이는 다치지 않았고 화들짝 놀랐는지 풀어달라 맹꽁맹꽁 울기에 저 멀리 풀어주었습니다.
텃밭의 감자를 두고 마트에서 감자를 사 먹는 게 아까워 감자를 먹은 지가 좀 되었습니다. 당장 먹고 싶은 마음에 집에 도착해 S가 흙투성이 몸을 씻자마자 흙투성이 감자를 뽀독 씻어 감자전을 해주었습니다.
요즘은 감자를 강판이나 믹서기에 갈지 않고 채를 썰어 부친다면서요?
짠! 감자전입니다. 바삭바삭하니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제로맥주라지만 역시 술안주엔 감자전만 한 게 없네요.
추신 1
일전에 미리 잘라준 감자꽃입니다. 아주 예쁘지요?
추신 2
옥수수는 아주 잘 자라고 있답니다.
맹꽁이는 울지 않았습니다. 맹꽁맹꽁 울었다는 표현을 쓰고 싶어 거짓말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