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랗게 남은 잔 자국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처럼 떠난 당신에게

by 양맨

여름이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줄 즈음 비가 아주 많이 오던 날

유난히 술을 많이 마셨던 날이었어


함께 술을 마시다 덥석 너의 손을 잡았고

비가 무척이나 많이 내리던 그 밤 우리는 처음 입을 맞췄어

너는 꿈이라고 했지만, 그날이 너무 선명해서 꿈이라고 할 수는 없었어

아마 그랬던 것 같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확신했던 때는


여름을 건너며 너와 더 자주 만나게 됐고, 가까워지게 됐어

나만 애타고 많이 좋아했다고 생각했는데, 너도 많이 노력했다는 게 느껴졌어

너와 나누었던 지난 대화를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야

한 번 더 고맙다


해가 지고 나면 알 수 없는 마음들이 나를 감싸

해가 있을 때 반짝이던 곳들이 보이지 않아서일까

네가 자주 없는 도시에서 너의 빈 자리가 느껴져서일까


요즘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돼

네가 보고 싶다고 했을 때, 안아달라고 했을 때

그때 한 번 더 너를 만나서 너와 눈을 맞추고, 안아줄걸

약속하고 만나지 않아도 만날 수 있을 때, 그때 너를 한 번 더 볼걸


왜 너는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로 생각했을까?

혹시 뒤 돌아보면 너가 저 멀리서 오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


혼자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어

커피잔을 드는데 동그랗게 잔 자국이 남았어

꼭 너 같아, 동그랗게 남은 잔 자국



돌고 돌아 다시 제 자리인 원처럼, 너도 돌고 돌아 제 자리로 오게 될까?

그런 생각을 했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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