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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맨 Jan 23. 2023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존재에 대해서도 감사하길 바라

연필아, 안녕

요즘의 너는 하루하루 말이 늘어. 어디에서 이런 말들을 배웠는지 깜짝 놀랄 정도란다.


명절을 맞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너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있어.

지금도 너는 거실 소파에 앉아 혼자 종알종알 거리며 놀고 있단다.


아빠는 요 며칠 마음이 아팠어.

요즘엔 드라마 속 장면, 대사 하나에도 눈물이 나곤 한단다.

어제도 너랑 같이 누워 티브이를 보다가 아빠는 눈물이 났어.

그런 아빠에게 너는 '괜찮아?', '아빠, 아프지 마'라고 위로해 주었단다.

너와 대화가 통하는 요즘이 신기하고 고맙고 기뻐.


어젯밤은 아빠와 샤워를 하고 싶다고 투정을 부렸어.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온 엄마는 아마 조금 서운했을 거야.


샤워를 하며 너에게 말했어.

"연필아, 엄마는 너를 위해 하루종일 수고해 주셨어. 비록 며칠 동안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엄마가 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엄마가 사라지는 건 아니야. 어디서든 엄마는 존재하고, 너를 살피고 있어.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하고 말이야.


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 미안해, 엄마 고마워"라고 답했어.

그리곤 조금 떼를 쓰다 엄마 품에서 잠이 들었단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연필이도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존재에 대해서도 감사하며 살기를 바라.

거실에서 네가 아빠를 찾는구나.

이제 너에게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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