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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그리고, 나는 찾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by 밝을 명 가르칠 훈 Feb 19. 2025


어디까지가 여행이었을까?

활주로에 바퀴가 닿는 순간까지?

공항의 자동문을 나서는 시간까지?

비행기가 착륙하는 순간까지?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여전히 피부에 남아있는 낯선 공기의 감각,

귓가에 맴도는 낯선 언어의 울림,

꿈에서도 계속되는 낯선 거리의 풍경까지?

아니면, 여전히 나는 그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걸까?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새로운 하루를 마주하는 이 순간까지도?


나는 떠나왔다.

수없이 많은 길 위에서, 도시의 불빛 아래에서,

어떤 날은 거대한 바람 속에서, 어떤 날은 한 줌의 빛 속에서.

때로는 거리의 소음에 휩쓸리고,

때로는 고요한 새벽을 걸으며,

낯선 곳에서, 낯선 얼굴들과 마주하며.

그러면서도 늘 같은 질문을 되뇌었다.

마치 주문을 외우듯이,

혹은 길잡이 별을 찾듯이.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처음에는 낭만을 찾아 떠났다고 생각했다.

마치 보물지도를 들고 모험을 떠나는 어린아이처럼,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 곧 자유라고 믿었다.

낯선 풍경 속에서,

새로운 공간에서,

모든 것을 처음인 것처럼 마주하는 순간 속에서

나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심장이 뛰고, 눈이 반짝이고,

모든 감각이 선명해지는 그 순간들.


하지만 길을 잃을수록, 나는 또 다른 질문과 마주했다.

마치 거울 속 내 모습을 들여다보듯,

더 깊은 곳에서 울리는 목소리들.

떠난다는 건 무엇일까?

새로운 시작일까, 아니면 도피일까?

도망과 도전의 차이는 어디에서 갈리는 걸까?

우리가 그토록 좇는 낭만이란

정말 존재하는 걸까?

낭만을 좇는 삶은 아름다운가,

아니면 순간의 착각에 불과한가?


나는 도망쳤다.

한국에서의 지침을 견디지 못하고,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시계추처럼,

숨이 막히는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떠남이 곧 해결책일 거라 믿으며.

마치 어둠 속을 달리는 사람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3년 후, 다시 도쿄로 왔다.

이번에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이번에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까.


낭만은 길을 잃은 곳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낭만이란 떠남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머무름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매일 아침 같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도,

익숙한 거리를 걸을 때 마주치는 풍경도,

반복되는 일상 속 작은 순간들도

모두 낭만이 될 수 있다는 걸.


어쩌면 낭만이란,

언제까지나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완벽한 한 순간을 붙잡으려 하면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모래처럼 사라져버리는 것.

그래서 우리는 낭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낭만을 찾아 헤매는 과정 속에 있는 게 아닐까?

마치 별을 보는 것처럼,

직접 바라볼 때보다

살짝 옆으로 비켜볼 때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나는 여전히 찾고 있다.

때로는 바람이 부는 거리에서,

낙엽이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며,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순간에,

따뜻한 햇살이 잔을 비출 때,

책을 넘기는 조용한 밤에,

종이 냄새가 내 마음을 적실 때,

낯선 길을 걷다 마주친 빛 속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의 반짝임을 발견할 때.


그리고 앞으로도 찾고 싶다.

낭만이란 결국, 찾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이니까.

마치 숲속의 작은 꽃처럼,

무심코 지나치면 보이지 않지만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면

문득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길을 잃는 것, 그리고 찾는 것.

그 끝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언젠가 지금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될 날이 온다면,

그때 나는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아마도 그때의 나도

여전히 무언가를 찾고 있지 않을까?


나는 아직 그 답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마치 별이 빛나는 밤하늘처럼,

수많은 가능성이 반짝이는 이 순간.


"나는 찾고 있다. 그리고, 찾고 싶다."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낭만이 아닐까.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것을 발견하기도 하면서.


그러니 부디,

당신도 계속해서 찾아가기를.

당신만의 낭만을,

당신만의 길을,

당신만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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